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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워싱턴의 권력투쟁, 그 앞날은?

등록 2017-03-10 20:27수정 2017-03-10 20:59

[토요판] 다음주의 질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한달째인 2월21일(현지시각) 워싱턴DC의 흑인역사문화박물관을 찾아 연설한 뒤 떠나고 있다.  AF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한달째인 2월21일(현지시각) 워싱턴DC의 흑인역사문화박물관을 찾아 연설한 뒤 떠나고 있다. AFP 연합뉴스
정의길 국제뉴스팀 선임기자 Egil@hani.co.kr

한국에서 박근혜는 퇴임 이후까지 노린 권력놀음 끝에 결국 탄핵으로 대통령직에서 밀려났다. 미국 워싱턴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벌어진 알력은 이제 전면적인 권력투쟁으로 진행되고 있다.

트럼프 등장 이후 워싱턴에서 벌어지는 현상은 공화-민주 양당의 전통적인 정쟁 차원을 넘는다. 러시아의 대선 개입이라는 러시아 스캔들에 관련된 트럼프 진영에 대해선 여론 압박과 수사가 진행된다. 이에 트럼프는 오바마 전 대통령이 자신을 도청했다고 주장하고는 전면적인 조사를 압박하고 있다. 이는 트럼프를 등에 업은 세력과 이를 반대하는 세력이 미국 사회의 주도권을 놓고 벌이는 혈투이다.

트럼프를 등에 업은 세력은 기존 미국 우파에서 분화된 대안우익이 전위이다. 이들 주위로 다양한 세력이 결집하고 있다. 지역적으로 중서부 및 남부 내륙, 계층적·인종적으로는 백인 중하류층, 종교적으로는 기독교 복음주의 세력, 산업적으로는 환경규제를 피하려는 전통 산업이 트럼프 지지 세력들이다. 이데올로기적으로는 백인민족주의와 국수주의가 강렬하다.

대안우익은 기존의 미국 기득권과 주류 세력들을 ‘글로벌리스트(세계화주의자) 도당’으로 규정한다. 워싱턴의 기득권 세력들이 세계화로 미국의 이익보다는 자신들의 이익을 챙긴다고 주장한다. <브라이트바트> <인포워즈> 등 신생 극우매체들이 ‘페이크뉴스’(가짜뉴스)도 마다않은 채 이런 이데올로기를 전파하는 선봉이다.

트럼프를 반대하는 세력의 핵심은 기존의 미국 리버럴(자유주의) 세력이다. 지역적으로는 동·서부 연안 도시, 계층적·인종적으로는 자유주의 백인 계층과 소수민족계, 산업적으로는 환경·아이티·첨단미디어 등 미국의 신흥 첨단산업이다. 대부분의 기존 주류 언론들이 이 진영에 서 있다.

두 진영 사이에서 오락가락하는 세력들이 있다. 월가의 금융산업, 군부와 군산복합체, 정보·수사기관, 공화당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세계화의 선봉이던 월가의 금융산업을 금융규제 완화로 유인하고 있다. 트럼프는 월가와 워싱턴의 하수구를 청소하겠다는 자신의 공약과는 달리 오바마 전 행정부 때 만들어진 월가규제법인 도드-프랭크법 폐기를 추진하고 있다. 월가의 골드만삭스 출신인 스티븐 므누신을 재무장관으로 임명하는 등 월가 출신 인사들을 대거 기용했다. 재벌인 트럼프 개인은 월가와 친화적일 수밖에 없다. 월가와 트럼프 진영의 유착이 계속된다면 대안우익 등이 내세우는 주장이 얼마나 허구적인지를 보여주게 된다.

군부와 군산복합체 역시 트럼프의 국방비 증액 등 강력한 미국 군사력 확보에 일단 환호한다. 트럼프는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등 군 출신 인사들을 대거 외교안보 요직에 배치했다. 그러나 펜타곤의 장군들이 모두 트럼프를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많은 군부 인사들은 나토 등 미국의 기존 동맹관계를 훼손하는 트럼프의 이단적인 대외정책에 의구심을 갖고 있다.

중앙정보국(CIA)과 연방수사국(FBI) 등 정보·수사기관은 현재 가장 ‘핫스팟’(열전지대)이다. 트럼프를 지지하는 쪽과 반대하는 쪽이 뒤섞여 있다. 제임스 코미 연방수사국장이 지난 대선 막판 때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의 이메일 사건을 다시 끄집어냈을 때, 연방수사국 내에 다수인 친공화당 세력의 음모라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대선 전후에 계속 흘러나오는 트럼프 진영의 러시아 스캔들 관련 수사 정보와 이에 따른 마이클 플린 전 안보보좌관의 낙마 등은 정보·수사기관 내에서 잠재된 반트럼프 정서를 보여준다. 트럼프 역시 수사정보 유출을 비난하며 정보·수사기관에 대한 정비를 벼르고 있다.

현재 공화당은 아직까지는 트럼프와 대체적으로 보조를 맞춰주고 있다. 하지만 폴 라이언 등으로 대표되는 공화당 주류와 트럼프의 이데올로기는 너무 차이가 크다. 작은 정부, 감세, 복지혜택 축소, 균형예산 등을 신조로 삼는 공화당 주류의 이해는 트럼프 핵심 지지자들의 이해와 상충된다.

트럼프 역시 이번 예산안에서 공공은퇴연금(소셜 시큐리티) 혜택 등을 삭감하지 않고, 인프라 건설 등으로 균형예산 원칙을 지키지 않았다. 오바마케어 대체 법안에서도 공화당 내에서 벌써 반기가 올라가고 있다. 공화당 주류 및 온건중도파는 이제 예산과 오바마케어 대체를 놓고 트럼프와 사이가 벌어질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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