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현지시각)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북한 관련 외무장관 회의 뒤 윤병세 외교장관이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오른쪽)과 이야기하고 있다. 유엔본부(뉴욕)/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고위 당국자가 처음으로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상응대가로 경제적 지원 가능성을 언급했다. 북한을 비핵화 협상 테이블로 복귀시키기 위한 압박을 지속하면서도, 동시에 일관되고 구체적으로 북-미 대화와 관련한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28일(현지시각) 뉴욕 유엔본부에서 북핵 문제와 관련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장관급 회의를 주재하면서 “미국은 1995년 이후 북한에 대한 지원으로 13억달러 이상을 제공해왔다”며 “북한이 핵무기와 미사일 기술 프로그램을 해체하기 시작해 미국의 기여(지원)가 재개되기를 고대한다”고 밝혔다.
틸러슨 장관은 “과거에 (긴장) 상황을 낮추고 관계를 정상화하려는 우리의 의도에 대한 증거로 미국의 핵무기를 한국으로부터 철수하고 북한에 대한 지원을 제공해왔다”며 이렇게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반대급부로 구체적인 조처를 제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또한 틸러슨 장관은 이날도 “미국의 목표는 정권 교체가 아니다”라는 점을 재확인했다.
앞서, 틸러슨 장관은 지난 27일 미국 공영 라디오방송 <엔피아르>(NPR)와의 인터뷰에서 “분명히 그것(북-미 대화)은 우리가 이(북핵)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하는 방법일 것”이라며 북한이 핵 프로그램 포기를 의제로 삼는다면 북-미 직접 대화를 할 수 있다는 뜻을 밝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 유엔 안보리 발언은 15개국 외교장관 공식회의에서 행한 준비된 내용인데다, 좀더 구체성을 띠었다는 점에서 인터뷰보다 한발 더 진전된 것으로 풀이된다.
틸러슨 장관은 이날 회의에서 대북 대화 메시지와 함께, 대북 압박책도 동시에 내놨다. 그는 “북한과의 외교 관계를 중지하거나 격하시킬 것”을 유엔 회원국에 촉구했다. 이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 말기부터 반공개적으로 해오던 것이다.
또한 틸러슨 장관은 “북한과 관계를 맺은 제3자와 단체에 제재를 적용하는 데(세컨더리 보이콧)에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중국을 겨냥한 것이지만, 북한의 6차 핵실험 등 특별한 계기가 없으면 당장 실행하겠다는 뜻은 아니라고 외교 소식통은 풀이했다.
한편, 수전 손턴 미국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 대행을 비롯해 미 고위 당국자들은 지난 주말부터 북한이 비핵화 협상 테이블로 복귀하기 위한 시한을 “앞으로 몇개월”이라고 언급하고 있다. 앞으로 몇개월이 한반도 정세의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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