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미국 플로리다 포트로더데일에서 열린 총기규제 촉구 집회에서 고교생 에마 곤잘레즈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전국총기협회(NRA)로부터 돈을 받고는 총기규제에 반대하고 있다는 비난 연설을 하고 있다.
17명이 숨진 미국 플로리다 총기난사 사건에서 살아남은 학생 등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비난하며 총기 규제를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지난 14일 플로리다 파클랜드의 마저리 스톤맨 더글러스 고교에서 발생한 총기난사 사건을 겪은 학생과 학부모 등 주민들은 17일 총기 규제를 촉구하는 대규모 집회를 열어 트럼프 대통령 등 정치권을 비난했다.
집회는 고교생 에마 곤잘레즈가 트럼프 대통령 등 정치인들이 전국총기협회(NRA)로부터 정치자금을 받고는 총기 규제를 반대한다고 비난하며 분위기가 절정에 올랐다.
곤잘레즈는 “대통령이 나에게 와서 면전에서 끔찍한 비극이었다고 말하기를 원한다면 나는 기꺼이 그가 전국총기협회에서 얼마나 돈을 받았는지 물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그런데 나는 이미 알고 있다. 3000만달러다”라며 “총기협회로부터 돈을 받은 모든 정치인들은 부끄러워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집회 참가자들은 “부끄러워하라”고 일제히 외쳤다.
전국총기협회는 2016년 대선 때 트럼프 후보 지지에 1140만달러, 힐러러 클린턴 민주당 후보 반대에 1970만달러를 썼다.
이번 사건 때 학교 화장실에 숨어서 변을 피한 학생 라이언 데이치는 의원들에게 총기 소유를 제한하는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학생 틸레니 타르는 “현행 총기 법들 때문에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죽었다”며 “도대체 상식은 어디 있냐? 사람들이 매일 죽어가고 있다”고 절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건 뒤 총기 규제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용의자의 정신 상태만을 문제삼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전국총기협회 총회에 참석해 총기 소유 권리를 보장하는 미국 수정헌법 제2조와 관련해 자신은 “결코 그 권리를 침해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민주당이 집권한) 8년 동안 가해진 여러분의 수정헌법 제2조에 따른 자유에 대한 공격은 완전히 끝났다”고 말했다.
범인 니컬러스 크루즈(19)는 지난 14일 자신이 퇴학당한 고교를 찾아가 반자동 소총 AR-15를 난사해 모두 17명을 살해했다. 사건 직후 경찰에 체포된 그는 자신의 범행을 인정했다.
크루즈는 2016년 스냅챗 앱에 자해한 흔적을 포스팅한 뒤 경찰 및 아동가족부의 조사를 받은 것으로 보도됐다. 아동가족부는 그가 총기를 사려고 계획했으나 관련 당국은 적절한 대처를 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연방수사국(FBI)은 지난달 크루즈의 총기 구매 계획에 대한 제보를 받았으나 대처하지 못했다고 인정했다. 연방수사국은 지난해 9월에도 크루즈가 자신의 이름으로 유튜브에 공격적인 언사를 올린 것을 제보받았다.
릭 스콧 플로리다 주지사는 이번 사건에 대처하지 못한 책임을 지고 크리스토퍼 레이 연방수사국장이 사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