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CIA 비밀수용소’ 비판에 반격
유럽 순방에 나선 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은 5일 미국이 유럽에서 테러용의자 비밀수용소를 운영했다는 의혹을 둘러싼 유럽 쪽 비판에 대해 “우리가 테러용의자로부터 얻은 정보로 유럽이 더 안전해졌다”며 반격에 나섰다.
이는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동유럽의 최대 8개국에서 테러용의자 비밀수용소를 운영해 왔다는 <워싱턴포스트> 보도 이후, 이에 대한 해명을 요구하는 유럽연합 요구를 정면으로 거부한 것이다. 라이스 장관은 비밀 수용소 운영이 사실인지에 대해선 언급을 피했으나 “개별 정부는 때론 자신들이 직접 조사할 수 없는 테러용의자를 제3국으로 인도하는, 주권에 기반한 결정을 내릴 수 있다”고 말해, 보도 내용을 부인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날 중앙정보국이 동유럽에서 지난달까지 비밀감옥을 운영하면서 알카에다 용의자를 심문했다는 미국 언론의 보도가 나오는 등 파문은 더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라이스 장관의 유럽 순방은 매우 긴장된 분위기에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미국 <에이비시(ABC)방송>은 중앙정보국 전·현직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두 개의 미 중앙정보국 비밀감옥이 지난달까지 동유럽 국가에서 운영됐으며, 여기에는 알카에다의 고위급 용의자 11명 등이 수감돼 있었다고 보도했다. 이 방송은 또 중앙정보국이 라이스 장관의 유럽 순방에 앞서 수감자들을 급히 옮겼으며 알카에다 지도자들은 북 아프리카 사막의 새 시설로 이송됐다고 밝혔다. 이들 알카에다 관련 수감자 대부분은 중앙정보국 안에서 약 14명의 요원만 사용하도록 허가된 이른바 ‘발전된 신문기법’에 의해 혹독한 조사를 받았다고 이 방송은 덧붙였다. 이들은 또 미국에서 허용된 것보다 혹독한 신문기술을 사용하기 위해 요르단, 모로코, 이집트 등으로 옮겨지기도 했다.
라이스 장관의 방문을 앞두고 유럽 국가들은 미국에 정확한 진상을 밝힐 것을 계속 요구하겠다고 맞섰다. 독일 정부 대변인은 “라이스 장관이 독일을 방문하면, 테러용의자 수송을 위해 중앙정보국이 운영한 것으로 보이는 400회의 독일 내 비행기 이착륙 문제에 관해 물어볼 것”이라고 강조했다.
워싱턴/박찬수 특파원 pc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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