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시 5번가에 자리한 ’트럼프 타워’의 전경.
미국 정부가 뉴욕시 맨해튼 중심가에 있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거점인 ‘트럼프 타워’ 근처 빌딩을 소유하고 있는 중국 회사에게 ‘건물을 팔라’고 명령했다.
미 재무부 산하 대미외국투자위원회(CFIUS)가 지난 6월께 뉴욕시 3번가 850에 자리한 건물을 소유하고 있는 중국 하이난항공(HNA)에게 이 건물을 매각할 것을 요구했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이 12일 보도했다. 이 건물은 트럼프 대통령의 사저가 있는 뉴욕시 5번가 721 트럼프 타워에서 직선거리로 600여m 떨어져 있다. 이 건물엔 또 트럼프 타워 경비가 주목적인 뉴욕 경찰 17번 파출소가 세 들어 살고 있다.
대미외국투자위원회는 미국에 대한 외국 기업이나 개인의 투자가 미국의 국가안보 등을 위협하는지 심사해 필요할 경우 매각을 요구할 권한을 갖고 있다. 그렇지만 위원회는 하이난항공에 그들이 왜 이 건물을 매각해야 하는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다고 이 사안을 잘 알고 있는 인물이 <월스트리트 저널>에 전했다.
미국 정부의 명령에 따라 하이난항공은 일단 백지위임신탁을 만들어, 건물의 소유권을 신탁으로 이전했다. 하이난항공은 대미외국투자위원회의 명령에 따르기 위해 이 빌딩의 새 구매자를 찾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이난항공은 지난 2016년 11월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45대 대통령으로 당선되기 전인 2016년 4억6400만달러를 주고 이 건물의 지분 90%를 사들였다. 하이난항공 대변인은 미 정부의 건물 매각 요구가 있었냐는 <월스트리트 저널>의 질문에 “이 부동산의 위치와 관련해 독특한 사실과 사정이 있다. 이는 우리가 이 건물을 살 땐 없었던 것이다. 하이난항공은 이 조건들을 충족시키기 위해 필요한 조처를 취하고 있다”고 밝혔다.
높이 202m의 58층짜리 초고층 건물인 트럼프 타워는 1983년 완공됐다. 이 건물 꼭대기 세개 층엔 트럼프 대통령의 호화 아파트가 꾸며져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1월 백악관으로 거처를 옮기기 전까지 이 건물에서 아내 멜라니아와 아들 배런과 함께 살았다.
트럼프 타워가 세계인들의 주목을 받게 된 것은 2016년 당시 트럼프 후보의 대선 선거 운동본부가 꾸려지면서부터다. 이후 당선 뒤엔 정권 인수원회가 들어서 미국의 주요 정치인들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등 외국 정상들이 이 건물에 머물고 있는 트럼프 당시 당선인과 만나기 위해 이곳을 방문했었다.
길윤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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