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제네바/신화 연합뉴스
존 볼턴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미-러 간 주요 현안에 대한 합의사항을 담은 공동성명에 ‘러시아가 미국 선거에 개입했다’는 문장을 넣으려다 러시아의 반발로 실패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6년 대선 과정에서 러시아와 결탁했다는 ‘러시아 스캔들’이 미국 정계를 뒤흔들면서, 미국의 대러시아 정책이 점점 강경해지고 있다.
볼턴 보좌관은 23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니콜라이 파트루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서기와 5시간에 걸친 마라톤 회담에서 양국 간 주요 현안인 △시리아 내전 △군축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미-러 고위 당국자의 회담은 지난달 16일 트럼프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헬싱키 정상회담 이후 이후 처음이었다. 이날 언급된 군축 문제란 2021년 만료되는 ‘신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파트루셰프 서기는 회담 이후 <이타르타스> 통신에 “공동성명을 준비하고 있었지만 볼턴 보좌관이 ‘지난 대통령 선거 때 러시아가 개입했다’는 내용을 넣겠다고 요구해 발표를 미뤘다”고 말했다.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 의혹’ 때문에 러시아에 융화적인 정책을 펴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최근 러시아에 대한 제재 조처를 발표하며 강경 대응에 나서고 있다.
볼턴 보좌관도 회담 이후 기자회견에서 자신이 이번 회담에서 러시아의 선거 개입에 대해 언급했음을 인정했다. 그는 “11월로 예정된 중간 선서에서 러시아의 선거 개입이 절대 있어선 안 된다는 사실을 강조했다”며 “오늘 아침 이 문제(러시아의 선거개입)를 제기했지만, 그들은 전혀 반응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난 러시아가 2018년에 선거 개입을 한다면 절대 참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우리는 이런 사실이 벌어지지 않도록 필요한 조처를 취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길윤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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