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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나를 죽일 것 같았다” 캐버노 청문회장서 나온 ‘미투 증언’

등록 2018-09-28 16:51수정 2018-09-28 19:40

캐버노 대법관 지명자 상원 청문회

포드 교수, 공개장소서 첫 ‘성폭행’ 증언
“캐버노의 웃음소리가 잊히지 않아”

캐버노 “민주당의 조작된 정치공세”
때로 눈물 비치며 감성에 호소도
트럼프 “캐버노, 강력하고 정직한 증언”
크리스틴 포드 미국 팰로앨토대 교수가 27일 상원에서 열린 브렛 캐버노 연방대법관 지명자 청문회에서 고교 시절 캐버노의 성폭행 시도를 증언하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크리스틴 포드 미국 팰로앨토대 교수가 27일 상원에서 열린 브렛 캐버노 연방대법관 지명자 청문회에서 고교 시절 캐버노의 성폭행 시도를 증언하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미투 대 트럼프.’

미국 언론들은 브렛 캐버노 연방대법관 지명자의 고교 시절 성폭행 시도 의혹을 둘러싸고 27일(현지시각) 열린 상원 청문회 분위기를 이렇게 요약했다. 36년 전 성폭행 피해 상황을 침착하고 담담하게 증언한 크리스틴 포드 팰로앨토대 교수의 증언과, 분노를 표출하며 공격적 태도를 보인 캐버노 지명자의 증언이 극명하게 엇갈린 탓이다.

포드 교수는 이날 처음으로 공개적인 자리에 나와 1982년 고교 시절 캐버노 지명자가 그의 친구와 함께 자신을 침실에 가둔 뒤 성폭행하려 했다며 생생한 증언을 했다. 포드 교수는 “술 취한 캐버노가 나를 더듬으며 옷을 벗기려 했다. 나는 그가 성폭행할 것이라고 확신하고 도와달라고 소리쳤다. 그러자 캐버노는 손으로 입을 막으며 소리를 못 치게 했다”며 “숨 쉬기도 어려웠고, 그가 나를 우발적으로 죽일 것 같았다”고 밝혔다.

브렛 캐버노 연방대법관 지명자는 27일 상원 청문회에서 고교 시절 자신의 성폭행 시도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브렛 캐버노 연방대법관 지명자는 27일 상원 청문회에서 고교 시절 자신의 성폭행 시도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그는 캐버노 지명자를 다른 사람과 헷갈렸을 가능성에 대해선 “절대로 아니다. 100% 확신한다”고 확언했다. 그는 가장 잊히지 않는 기억을 묻는 질문엔 “캐버노와 저지(캐버노 지명자의 친구)가 낄낄거리던 웃음소리”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폭로가 정치 공세라는 공화당 등의 주장에 대해 “정치적 동기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며 “시민적 의무라고 믿기에 나선 것”이라고 반박했다.

포드 교수의 목소리는 때로는 흔들렸지만 숨을 짧게 쉬는 등 감정을 절제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기억이 나지 않는 부분에 대해선 명확하게 모르겠다고 밝혔다. 미국 언론들은 “포드의 증언은 신뢰감을 심어주었다”고 평가했다.

이에 비해 포드 교수의 증언 뒤 청문회장에 나온 캐버노 지명자는 “나는 포드 교수의 주장을 단호하고 분명하게 부인한다”며 “고등학교, 대학교, 인생을 살면서 단 한번도 포드 교수나 누군가를 성폭행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되레 자신이 민주당 쪽의 정치 공세에 따른 ‘피해자’라며 역공을 폈다. 성범죄 의혹은 “계산되고 조작된 정치적 타격”이며 “일정 부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2016년 대선 결과에 대한 분노에서 초래됐다”는 것이다. 또한 그는 “나에 대한 인준 청문회가 ‘국가적 수치’가 됐다”며 시종일관 민주당 의원들과 대립각을 세웠다. 때때로 무고를 주장하며 눈물을 비치는 등 감성에 호소하기도 했다.

<시엔엔>(CNN) 방송은 “캐버노 지명자의 청중은 단 한 사람, 즉 트럼프 대통령”이라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명 철회를 막기 위해 철저하게 트럼프 대통령의 입맛에 전략을 맞췄다는 것이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청문회 뒤 트위터를 통해 “캐버노 판사는 내가 왜 그를 지명했는지를 미국에 정확히 보여줬다”며 “그의 증언은 강력했고 정직했으며 관심을 사로잡았다”고 옹호했다.

11월 중간선거에서 여성 유권자들을 의식해야 하는 공화당은 이날 레이철 미첼 애리조나주 검사를 청문회장에 불러 ‘대리 신문’까지 맡기며 깊숙이 개입하려는 모양새를 피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인준 투표를 하라고 공화당 의원들을 압박하면서 딜레마에 빠진 모습이다. 게다가 캐버노 지명자의 성범죄 의혹은 포드 교수를 포함해 이미 5건이나 된다. 캐버노 지명자가 법사위 표결을 거쳐 이르면 다음주에 치러질 본회의 인준 과정까지 통과할 수 있을지 장담하기 힘든 이유다.

이용인 기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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