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4월 한국에 배치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THAAD)의 비용을 미국이 낸다는 사실을 알고는 “재협상할 것”을 지시했었다고 직접 밝혔다. 그가 밝힌 내용은 트럼트 행정부의 치부를 폭로한 밥 우드워드의 최근 저서 <공포: 백악관의 트럼프>의 내용과 거의 같아 이 책의 신뢰성을 높여준다.
트럼프 대통령은 9일 아이오와주에서 중간선거 유세를 하면서 사드 배치 비용을 둘러싸고 허버트 맥매스터 당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벌인 공방을 과장되게 언급했다. 그는 “취임 첫 주에 거기(한국)에 사드라는 놀라운 시스템을 배치했다는 사실을 알았다”며 “호기심에 누가 이것(비용)을 내느냐고 물었다”고 운을 뗐다. 그러자 ‘3성 장군’(당시 맥매스터 보좌관은 육군 중장)이 “대통령님, 모릅니다”라고 답했다고 소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듣고 “장군, 비용을 누가, 얼마나 내는지 확인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그러자 다음날 맥매스터 보좌관이 찾아와 “우리는 한국의 동맹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돈을 냅니다”라고 보고했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럴 줄 알았다. 자, 나에게 또 나쁜 소식을 알려달라. 그래서 비용이 얼마냐”라고 재차 물었다고 했다. 맥매스터 보좌관은 “10억달러”라고 답했다는 것이다.
당시 상황을 여기까지 소개한 트럼프 대통령은 청중들에게 “와~ 와! 우리가 이 시스템을 한국에 설치하고, 이 부유한 나라를 보호하기 위해 10억달러를 낸다. 그들은 당신들의 모든 텔레비전 세트를 만든다. 삼성과 엘지. 나도 이를 많이 주문했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자신이 맥매스터 보좌관에게 “그 나라로 가서 재협상하라. 그 거래는 좋은 거래가 아니다”라고 명령했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소개한 이 일화는 지난달 출간된 <공포>의 해당 대목과 매우 흡사하다. 우드워드는 책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직후 한국에 배치한 사드의 ‘전략적 유용성’을 이해하지 못한 채 설치·운용비를 미국이 댄다는 사실을 전해 듣고 맥매스터 보좌관에게 “당장 빼서 (미국 서부 오리건주의) 포틀랜드에 두라”고 소리쳤다고 전했다.
길윤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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