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체제전환’ 정책 추진 시사땐 큰 파문 우려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각) “테러와의 전쟁은 궁극적으로 세계의 (다른) 정권들의 교체를 요구하게 될 것”이라고 말하고, 바로 뒤이어 “북한은 우리 화폐를 위조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정권교체 요구와 북한의 위조 화폐를 연결시키는 듯한 부시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알렉산더 브시바오 주한 미대사의 ‘범죄 정권’ 발언이 워싱턴 강경파의 뜻만이 아닌 부시 대통령의 의중을 반영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동안 부시 대통령의 북한에 대한 언급이 미국의 대북정책 기조를 제시해 왔다는 점에서, 그의 이번 발언은 북한 체제 전환을 앞으로의 정책 목표로 추진하겠다는 뜻으로도 비쳐지고 있다. 이는 또 대북 금융제재 문제로 인해 6자회담이 난관에 직면해 있음에도 아랑곳하지 않겠다는 태도로 보인다.
이에 따라 지난 2월 북한의 4차 6자회담 재개 거부와 핵무기 보유 선언을 초래한 ‘폭정의 전초기지’ 발언에 버금가는 파문이 우려된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필라델피아 세계문제협회에서 ‘테러와의 전쟁과 이라크 총선’에 대한 연설을 한 뒤 ‘이라크 침공 이후 미국 본토에서 테러 위협이 줄어들었다고 보는가’라는 질문에 답하면서 “다른 정권들의 교체” 필요성을 언급했다. 그는 이어진 답변에서 “북한은 대담하게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선언했고, 우리의 화폐를 위조하고 있고, 자기 국민들을 굶주려 죽게 하고 있다”며 북한을 직접 지칭해 비난했다.
반면에 그는 “고이즈미 일본 총리는 북한을 상대할 때도 믿을 수 있고, 변함 없는 동맹이다”라고 칭찬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이에 대해 “부시 대통령은 어떤 정권들을 (교체 대상으로) 마음에 두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몇분 뒤에 북한과의 대립을 언급했다”며 “그 이전엔 이란과 시리아를 강경하게 언급했다”고 전했다. 부시 대통령이 교체 대상으로 북한을 의중에 두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의 한 당국자는 “(부시 대통령의 발언이) 북한을 비난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면서도 “연설 자체가 이라크 정책에 대한 미국내 비판에 대한 반론 차원에서 나온 것으로, 일본과의 협력관계를 평가하는 과정에서 북한을 언급한 것으로 이해된다”고 말했다.
한편, <로스앤젤레스 타임스>는 이날 북한이 25년 전부터 평양 근처의 조폐공장에서 100달러짜리 위조 지폐를 제작했으며, 외국에 나가 위폐를 진폐와 바꿔올 경우 훈장을 줬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한국의 정보 당국자는 이 신문이 인용한 김씨에 대해, “김씨는 북한의 조폐 관련 기관에 근무한 적이 전혀 없다”며 “김씨 이외에 탈북자 중에도 북한에서 조폐 관련 업무에 종사한 사람은 없다”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김씨는 지난해에도 한 국내 언론에 허위 진술을 했다가 사실이 아니라고 말을 번복한 적이 있다”고 덧붙였다.
강태호 남북관계 전문기자, 워싱턴/박찬수 특파원 pcs@hani.co.kr
강태호 남북관계 전문기자, 워싱턴/박찬수 특파원 pc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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