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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이란계만 콕 집어서…미, 솔레이마니 암살 뒤 입국심사 강화 논란

등록 2020-01-07 17:46수정 2020-01-08 11:14

캐나다 방문했던 이란계 미국인 100여명
워싱턴주서 추가심문에 장시간 입국 지연

이란에 대한 견해·시아파 활동 여부 질문
“수정헌법 1조 위배되는 질문” 비판 제기
캐나다에서 미국으로 들어오는 관문 중 하나인 미국 워싱턴주 블레인에 위치한 피스아치 검문소의 모습. 블레인/AP 연합뉴스
캐나다에서 미국으로 들어오는 관문 중 하나인 미국 워싱턴주 블레인에 위치한 피스아치 검문소의 모습. 블레인/AP 연합뉴스

미국 시애틀에 거주하는 이란계 미국인 네가 헤크마티는 지난 5일 캐나다로 스키 여행을 갔다가 집으로 돌아오던 길에 워싱턴주 피스아치 검문소에서 세관국경보호국(CBP) 직원의 요구에 따라 별도의 방으로 불려 갔다. 그곳에는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이란계 미국인들로 가득했다.

세관국경보호국 직원은 헤크마티에게 부모는 물론 형제자매와 사촌의 신원까지 캐물었고,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일하고 있는 남편에겐 과거 군 복무 경험 여부를 물었다. 질문을 마친 직원은 밖으로 나갔다 돌아와 또다시 질문 세례를 퍼부었다. 헤크마티 가족은 야밤에 5시간이나 그곳에 발이 묶여 있어야 했다. 헤크마티의 5살짜리 딸아이는 ‘감옥에 가게 되는 거냐’고 걱정하며 잠을 이루지 못했다. 헤크마티는 “우리 애들은 미국 시민이다. 아이들이 이런 일을 겪어선 안 된다. 이건 옳지 않다”고 말했다.

지난 주말 미국에서 캐나다 방문 뒤 돌아오던 이란계 미국인 등 100여명의 입국이 검문소에서 장시간 지연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고 <뉴욕 타임스>가 6일 보도했다. 미국이 이란의 군부 실세 가셈 솔레이마니를 암살한 직후 이란의 보복 위협이 높아지면서, 유독 이란 출신에 대한 표적심사가 강화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당장 제이 인즐리 워싱턴주 주지사는 “잘못이 없는 미국 시민들을 장시간 억류한 것은 부적절한 일”이라며 “출신 지역에 따라 사람을 표적조사하는 것은 그 어떤 이유로도 합리화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이날 워싱턴주 검문소에서 추가 심문을 받았던 이들은 39년 전 이란에서 졸업한 고등학교 이름을 적으라고 요구받거나, 1979년 이란혁명 전 군 복무를 했던 아버지에 대한 상세한 질문을 받았고, 수십년째 미국에 살고 있는데도 시아파 무슬림 조직 가담 여부 등을 묻는 질문을 받았다고 <뉴욕 타임스>는 전했다. 심지어 미국에 대한 감정이나 이란 관련 문제에 대한 견해를 묻는 질문을 받기도 했다.

이란 출신에 대한 심문 강화는 워싱턴주 쪽에 집중됐지만 뉴욕 등에서도 일부 이런 사례가 보고됐다고 신문은 전했다. 미국-이란 관계 전문가인 역사학자 존 가즈비니언이 지난 5일 이집트 방문 뒤 돌아오던 길에 케네디 국제공항에서 이란 방문 기록 때문에 추가 심문을 받은 게 그 예다. 가즈비니언은 가까운 친척이 이란에 살고 있는지, 이란과 이라크의 현 상황에 대한 견해를 묻는 질문을 받았는데 “마음이 편치 않았다”고 전했다.

미국시민자유연맹(ACLU)의 히나 샴시 국가안보프로젝트 국장은 이와 관련해 “미국 시민권자와 영주권자 등은 정치적·종교적 관점에 대한 질문에 대답하지 않아도 되며, 이를 이유로 입국이 거절될 수 없다”며 “일부 질문들은 수정헌법 1조에 위배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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