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이 치러진 3일(현지시각)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공화당 대선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플로리다에서 트럼프가 승리한 것을 축하하고 있다. 마이애미(플로리다주)/EPA 연합뉴스
‘샤이 트럼프’는 있었다. 여론조사에 응답하지 않던 숨어 있던 트럼프 지지자들이 예상보다 많은 것으로 보인다.
3일(현지시각) 치러진 미국 대통령 선거 개표 중반까지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사전 여론조사의 예상보다도 선전했다. 승부를 가르는 주요 경합지에서 트럼프는 사전 여론조사에서 열세를 보였지만, 중반까지의 개표는 트럼프의 선전으로 나타났다.
트럼프는 선벨트 지역의 경합주인 플로리다에서 승리했고, 조지아·노스캐롤라이나에서 선전하고 있다. 특히 최대 경합주이자 3번째로 많은 선거인단을 가진 플로리다에서 승리함으로써 백악관을 수성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었다. 여론조사에서 트럼프는 플로리다에서 평균 2%포인트 안팎의 열세를 보였으나, 94%를 개표한 상태에서 51.2% 득표로 승리할 확률이 95%라고 <뉴욕 타임스>는 분석했다. 트럼프가 이 3개주에서 모두 승리한다면, 북부 러스트벨트(쇠락한 공업도시)의 경합주들인 펜실베이니아·미시간·위스콘신 등에서 개표가 완전히 끝날 때까지 며칠을 더 기다려야 대선 승부가 판가름 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가 여론조사 예측보다 선전한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샤이 트럼프’들이 예상보다도 많았고, 이들이 투표소에 나와 투표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앞서 여론조사들은 이번 대선에서는 2016년 대선 때보다 부동층이 적다며, 판세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할 것으로 예측했다.
하지만 플로리다에서 보듯이 트럼프는 숨은 표들의 위력을 보여줬다. 플로리다에서 대도시 지역으로 인구가 가장 많은 마이애미데이드 카운티의 경우, 트럼프는 53만여표를 얻어 2016년 대선 때의 33만4천여표보다 크게 표를 늘렸다. 트럼프는 비도시 지역에서 우세를 지킨데다, 대도시 지역에서 크게 표를 늘려 플로리다 전체에서 지난 대선 때보다도 더 큰 격차인 3.5%포인트의 우세를 만들어냈다.
플로리다의 인구 구성 중 노인층과 쿠바 출신 등 중남미계 유권자가 많은데, 이들이 트럼프 쪽으로 크게 기운 것으로 보인다. 플로리다에서 트럼프의 선전은 여론조사에 응답하지 않던 샤이 트럼프들의 존재를 확인하는 대목이다.
북부 러스트벨트의 경합주들인 펜실베이니아·미시간·위스콘신에서 중반 개표까지 트럼프가 10%포인트 안팎으로 이기는 것도 이런 샤이 트럼프들의 존재를 말한다. 이들 경합주는 여론조사에서 7~10%포인트까지 바이든의 우세를 보였다. 민주당이 강세인 우편투표 등 사전투표가 마지막에 개표되기 때문에 초반 개표에서는 트럼프의 우세가 예상됐지만, 초반 10%포인트 안팎의 우세는 예상보다 크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