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미국 대선이 치러진 지난 3일(현지시각)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리틀 아바나 거리에서 트럼프 승리를 축하하는 깃발을 흔들고 있다. 마이애미/로이터 연합뉴스
‘플로리다를 계속 스윙스테이트(경합주)로 분류해야 할까.’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예상보다 큰 격차로 플로리다에서 승리하자,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4일(현지시각) 이런 질문을 던졌다. 경합주라 하면 1%포인트 안팎의 적은 표차에도 승패가 오락가락하는 곳이어야 하는데, 이번 대선에서 개표가 96% 진행된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를 3.4%포인트나 앞서며 승리를 확정했기 때문이다.
같은 날 치러진 하원의원 선거에서, 수성에 나섰던 현직 도나 섈레일라와 데비 무카셀파월 의원도 각각 2.7%포인트, 3.4%포인트 격차로 공화당 도전자에게 자리를 내줬다. 낙선한 두 의원의 지역구가 플로리다를 잡기 위해 민주당이 오랜 시간 공을 들였던 마이애미데이드카운티에 위치해 있다는 점에서 더욱 충격적이었다. 바이든이 이곳에서 트럼프보다 7%포인트가량 앞섰다고 해서 여전히 민주당 강세라고 본다면 오산이다. 2016년 대선 당시 힐러리가 이곳에서 30%포인트나 앞섰다는 것을 고려하면, 민심의 변화는 ‘돌변’이라고 할 만한 수준이다.
경합주가 될 것이란 예측이 무색하게, 플로리다가 일찌감치 공화당 승리 지역으로 돌아선 것은 민주당이 ‘굳은 자’라 믿었던 ‘히스패닉·라티노’ 유권자들 중 다수가 트럼프 쪽으로 돌아선 것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히스패닉·라티노는 플로리다 전체 유권자 가운데 13%를 차지한다. 여론조사 기관 에디슨리서치가 실시한 출구조사에서 이들 중 32%가 트럼프를 찍었다고 밝혔다. 또다른 소수인종 흑인(12%)의 트럼프 지지 비율이 12%에 불과한 걸 보면 꽤나 높은 비율이다. 전체 유권자의 65%를 차지하는 백인 10명 중 6명(57%)의 지지에, 예상보다 많은 히스패닉·라티노의 지지가 더해지면서, 트럼프가 쉽사리 성공을 굳힐 수 있었던 셈이다.
현지 민주당 전문가들은 일찌감치 히스패닉·라티노 유권자들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며 경고를 보내왔다. 하지만 바이든 캠프 쪽에선 교외 지역 백인 등을 잡으면 상쇄될 만한 수준이라며 이를 무시했다. 반면, 트럼프 캠프는 히스패닉·라티노를 단일한 한 집단으로 보지 않고 이들을 세분화한 뒤, 그 가운데서도 쿠바·베네수엘라계 이민자들을 집중적으로 공략했다. 민주당이 인종차별 반대 시위대와 긴밀히 연대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트럼프 캠프가 “민주당을 사회주의자로 부른 것이 플로리다에서 먹혔다”고 <시엔엔>(CNN) 방송은 전했다.
이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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