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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미국 대법원 ‘보수 시대’

등록 2006-02-01 19:34

얼리토 새 연방대법관 상원 인준
보수 5명·진보 4명…이념적 균형 무너져
중도보수 케네디 대법관 ‘새 변수’ 등장
“이제 옛 대법원의 시대는 가고 새로운 대법원 시대가 열렸다.” <워싱턴포스트>는 31일 새뮤얼 얼리토 새 연방대법관이 상원 인준투표를 통과한 것을 두고 이렇게 표현했다. 한사람의 대법관 교체에 ‘새로운 시대’라는 의미를 부여한 이유는 명확하다. 대법원의 이념적 균형이 깨지고 보수쪽으로 확실하게 기울었다는 뜻이다.

새뮤얼 얼리토 인준 찬성은 58표, 반대는 42표였다. 어느 때보다 당파적으로 찬반이 극명하게 갈렸다. 민주당 의원 중에서 4명이 찬성했고, 공화당에서 1명이 반대에 가담했을 뿐이다. 민주당 대선후보를 지낸 존 케리 상원의원은 인준을 막기 위한 필리버스터(의사진행방해)까지 주장했다. 얼리토 인준을 둘러싼 진보·보수 진영의 싸움이 격렬했음을 보여준다.

얼리토는 자진사퇴한 여성판사 샌드라 데이 오코너의 자리를 이어받게 된다. 지난 24년간 오코너는 9명으로 이뤄진 미 연방대법원에서 보수와 진보의 균형 추 역할을 했다. 전체적으로 보수 이념을 가졌지만 낙태와 소수인종 보호정책, 정치자금 개혁 등의 사안에선 진보 쪽 손을 들어줬다.

미국 대법원의 권한은 막강하다. 대법관이 종신직이고, 중요한 정치·사회 현안의 최종 판정권한을 대법원이 갖는다. 2000년 대선의 플로리다 재검표 사건 때 조지 부시의 손을 들어준 곳도 대법원이었다.

오코너 대신 얼리토가 가세함으로써 대법원 성향은 보수 5명, 진보 4명으로 좀더 분명하게 보수 색깔을 띠게 되리라는 게 대체적 관측이다. 이제 관심은 오히려 얼리토가 아니라 앤서니 케네디에게 쏠린다. 케네디는 오코너보다 약간 오른쪽(보수)에 서 있었던 대법관이다. 오코너가 사라지면서 케네디가 대법관의 이념적 배치에서 중앙으로 자리잡게 됐다. 얼리토는 케네디보다 훨씬 오른쪽에 서게 될 게 분명한 탓이다.

케네디가 오코너처럼 진보와 보수를 오가는 균형 추의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케네디는 동성애자 권리나 사형 문제에선 진보 진영에 가담한 적이 있다. 특히 미국사회 최대 이슈인 낙태 문제에서 케네디는 여성의 낙태권을 옹호해왔다. 케네디의 가세로, 최소한 낙태 문제에선 아직 진보 진영이 5대 4로 우세를 점하고 있다. 이번 기회에 보수 진영은 여성 낙태권을 합법화한 1973년의 역사적인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뒤집으려 애쓰고 있다. 케네디에겐 앞으로 엄청난 압력이 가해질 게 분명하다.

새 대법원 기류를 가늠해볼 수 있는 잣대는 3월에 다루게 될, 텍사스주의 선거구 획정에 관한 청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공화당 입맛에 맞게 하원의원 선거구를 조정한 게 위헌으로 볼 수 있느냐가 쟁점이다. 이에 관한 대법원 결정은 곧바로 11월 중간선거에 영향을 끼친다. 얼리토 지명 이후 진보-보수 대결이 더 격렬해질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워싱턴/박찬수 특파원 pc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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