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 <한겨레> 자료 사진
중동의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가 2060년까지 탄소 중립을 목표로 삼겠다는 뜻을 밝혔다. 사우디는 이 목표 달성을 위해 재생가능에너지 분야에 1870억달러(약 220조)를 투자할 계획이다.
사우디의 실력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는 23일 시작된 ‘사우디 그린 이니셔티브’(SGI) 첫날 성명을 내어 “탄소순환경제를 통해 2060년까지 탄소 등 온난화 가스 배출량을 실질적으로 제로로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탄소 중립을 위해선 재생가능에너지 등을 적극 활용해 이산화탄소 등 온난화 가스 배출을 최소화하고, 나무를 심어 이를 흡수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이를 위해 빈 살만 왕세자는 2030년까지 매년 2억7800t의 온난화 가스 배출량을 삭감하고, 2030년 메탄 가스 배출량을 10년 전보다 30% 감축하려는 노력에서 참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세계 석유 시장의 안전과 안정을 지탱하는 사우디의 역할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해 석유 생산을 계속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영국 <비비시>(BBC)는 이번 발표로 사우디는 “탄소 중립을 이루겠다고 선언한 100여국 가운데 하나가 됐다”고 밝혔다. 미국, 일본, 한국 등 주요국들은 탄소 중립을 2050년까지 이루겠다고 약속했지만, 중국, 러시아 등은 그보다 10년 늦은 2060년을 목표로 세워두고 있다.
그동안 화석 연료 생산을 통해 경제를 지탱해 온 중동 산유국들은 온난화 가스 배출을 줄이려는 전 세계적인 노력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런 상황에서 빈 살만 왕세자가 탄소 중립의 목표 년도를 공개한 것은 이달 말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리는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를 앞두고 중동을 대표하는 산유국으로서 국제적 책임을 다하려는 모습을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중동의 다른 산유국들 가운데선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이 2050년까지 온난화 가스 배출량을 실질적으로 제로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아랍에미리트연합은 그동안 경제에서 석유 부분의 비중을 줄여나가기 위해 재생가능에너지에 집중 투자하는 등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왔다. 이 나라는 목표 달성을 위해 6000억디르함(약 193조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길윤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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