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시민들이 국기가 그려진 벽 앞을 지나가고 있다. 테헤란/EPA 연합뉴스
이란이 지난 핵협정(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을 복원하기 위해 미국과 직접 대화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내비치자 미국도 준비되어 있다며 호응했다. 그동안 양쪽은 유럽연합(EU) 대표를 통해 간접 협상을 해왔는데, 직접 대화로 전환되면 복원 협상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호세인 아미르 압둘라히안 이란 외교장관은 24일 “좋은 합의에 도달하기 위해 미국과 대화가 필요하다면, 우리는 이를 일정에서 배제하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이 전했다. 이란 <이르나>(IRNA) 통신을 보면, “미국이 직접 대화를 끊임없이 요구했지만 아직 우리는 결론을 내지는 않았다”는 발언 내용도 확인할 수 있다. 이란은 2018년 5월 핵협정을 일방 파기한 것은 미국이고, 그에 따라 모든 책임은 미국에 있다며 같은 테이블에 앉기를 거부해 왔다.
이란이 미국과 직접 대화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내비치자 미국은 적극 반응했다. 네드 프라이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이란 외교장관의 발언에 대해 “우리(미국)는 직접 만날 준비가 되어 있다”며 “우리는 핵협상 및 다른 문제에 대해 이란과 직접 접촉하는 것이 더 생산적일 것이라는 입장을 견지해왔다”고 말했다.
이란은 지난 2015년 7월 핵 프로그램 동결에 합의하는 대신 서방은 대이란 경제제재를 해제하는 것을 뼈대로 하는 핵협정을 미국·영국·프랑스·중국·러시아·독일 등 6개국과 맺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 미국이 이를 파기하자 이란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는 미국과의 협상에 대해 “실수”라고 말하는 등 부정적인 태도를 강하게 드러냈다. 이란은 2021년 1월 이란 핵협정을 복원하려는 조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한 뒤에도 직접 협상을 거부해 왔다.
이란 외교장관이 태도를 바꿔 직접 협상 가능성을 내비친 배경에 하메네이의 태도 변화가 있다는 해석이 있다. 하메네이는 이달 초 ‘적과 협상하는 것이 반드시 항복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이란 핵협정을 복원하려는 협상은 지난해 4월 시작돼 한동안 중단됐다가 지난해 11월 재개된 상태다. 이란은 즉각적 경제제재 해제, 미국은 핵무기 개발과 연결될 수 있는 이란의 활동 중지를 요구하면서 협상은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조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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