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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자폭으로 아내·아이들까지 희생”…두번째 IS 수장의 최후 순간

등록 2022-02-04 14:47수정 2022-02-04 14:54

터키 접경 지역 3층 집에서 은신
미군 급습에 폭탄 터뜨려 함께 숨져
초대 수장 바그다디 죽음 때와 닮은 꼴
3일 이슬람국가(IS) 두번째 수장 아부 이브라힘 하시미 쿠라이시가 은신했던 건물 주변에 빨간색 테이프가 둘러쳐 져 접근이 통제되고 있다. 이날 새벽 미군이 급습해 쿠라이시는 자폭했다. AFP 연합뉴스
3일 이슬람국가(IS) 두번째 수장 아부 이브라힘 하시미 쿠라이시가 은신했던 건물 주변에 빨간색 테이프가 둘러쳐 져 접근이 통제되고 있다. 이날 새벽 미군이 급습해 쿠라이시는 자폭했다. AFP 연합뉴스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 두번째 수장인 아부 이브라힘 하시미 쿠라이시의 최후는 초대 수장의 마지막과 비슷했다. 둘의 은신처는 모두 터키 접경 지역인 이들립주였고, 미군 특수부대 습격을 받자 자살폭탄을 터뜨려 자폭했다.

<뉴욕타임스> 등 외신에 따르면 3일 새벽 1시께 시리아 북서부 이들립주 아트메흐 마을 외곽 지역 주민들은 요란한 헬리콥터 소리에 잠을 깼다. 헬리콥터에서 내린 미군 특수부대는 올리브나무로 둘러싸인 3층 단독 주택을 에워쌌다. 미군의 통역은 집을 향해 “밖으로 나와라. 여자와 아이들은 살 기회를 줘라”고 아랍어로 외쳤다. 기관총 소리와 폭발음이 울려퍼졌다. 쿠라이시는 투항하지 않았다.

미 백악관과 국방부 발표에 따르면 쿠라이시는 3층에서 자살폭탄을 터뜨렸고, 그로 인해 아내와 아이 2명이 숨졌다. 폭탄의 위력은 매우 강해서 쿠라이시의 주검은 형체를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였다. 미국은 지문과 디엔에이(DNA) 검사를 통해 쿠라이시가 사망했음을 확인했다. 작전에는 약 2시간이 소요됐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쿠라이시가 자폭하며 가족까지 숨지게 한 일을 두고 “마지막까지 비겁한 행동”이라고 비난했다. 이슬람국가 초대 수장 아부 바크르 바그다디도 2019년 10월 27일 은신처에서 미군 특수부대 습격을 받자 자살 폭탄을 터뜨려, 그로 인해 아이 세 명이 사망했다. 쿠라이시가 은신처로 삼은 건물은 아트메흐 마을 중에서도 외곽에 있고 터키 국경과 가까운 곳이다. 바그다디가 최후를 맞은 은신처와 아트메흐 마을에서 불과 16㎞ 떨어져 있다.

미국 정보당국은 쿠라이시가 아트메흐 마을에 은신해 있다는 사실을 지난해 포착했다. 지난해 말엔 그가 올리브나무로 둘러싸인 3층 짜리 주택의 꼭대기 층에 살고 있다는 사실까지 확인했다. 쿠라이시는 가끔 옥상에서 목욕할 때를 제외하고는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지시는 전화 같은 통신 수단이 아니라 인편을 이용해 내렸다. 2011년 5월 파키스탄 은신처에서 미군 습격으로 최후를 맞기 전까지 알카에다 수장 오사마 빈 라덴이 사용한 것과 같은 방식이었다.

이슬람국가(IS) 두번째 수장 아부 이브라힘 하시미 쿠라이시를 잡기 위해 정보 제공자에게 500만 달러 현상금을 준다는 미 국무부 현상 수배 포스터. 로이터 연합뉴스
이슬람국가(IS) 두번째 수장 아부 이브라힘 하시미 쿠라이시를 잡기 위해 정보 제공자에게 500만 달러 현상금을 준다는 미 국무부 현상 수배 포스터. 로이터 연합뉴스

백악관은 쿠라이시 제거를 위해 공습도 고려했지만 민간인 피해가 우려돼 특수부대 투입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쿠라이시가 살던 건물 1층에는 다른 가족이 살고 있었다. 미국은 이들이 쿠라이시와 알지 못하는 사이라고 판단했다. 수차례 예행연습을 거친 뒤 바이든 대통령은 작전 이틀 전인 1일 최종 재가를 내렸다. 작전 당일에는 백악관 상황실에서 실시간으로 진행 상황을 지켜봤다.

작전에는 미군 특수부대 델타포스 20여명과 헬리콥터와 드론이 투입됐고 쿠르드족 병력의 지원을 받았다. 쿠라이시와는 관계가 없는 1층 거주 가족인 남성과 여성 그리고 아이들은 무사히 밖으로 빠져나왔다. 2층에서는 쿠라이시를 지키는 조직원으로 추정되는 남성과 그의 아내가 바리케이드를 치고 저항하다가 아이 1명과 함께 숨졌다.

존 커비 국방부 대변인은 3일 작전 후 첫 언론 브리핑에서 민간인 피해가 쿠라이시의 아내와 자녀 등 3명이고 미군 쪽 인명 피해는 없다고 밝혔다. 어린이 8명을 포함해 10명이 쿠라이시가 은신처로 삼은 집에서 빠져나왔다고 발표했다. 미군 헬기 1대가 고장이 나서 비상착륙했고, 회수가 어렵다고 판단한 미군이 지상에서 폭파했다고도 밝혔다. 그러나 시리아 구호단체인 ‘하얀 헬멧’은 어린이 6명과 여성 4명을 포함해 최소 13명이 이번 작전 과정에서 숨졌다고 주장했다.

쿠라이시는 1976년 이라크 모술 태생으로 2019년 바그다디 죽음으로 이슬람국가의 두번째 지도자에 오르기 전까지는 외부에 이름이 별로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었다. 이슬람국가는 바그다디 죽음 나흘 뒤인 2019년 10월31일 쿠라이시가 후계자라고 발표했었다. 이슬람국가는 아직 쿠라이시의 죽음에 대해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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