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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의 봄’ 마지막 유산 튀니지, 총선 투표율 8.8%…왜?

등록 2022-12-18 16:01수정 2022-12-18 20:36

대통령 권한 강화하는 개헌 이후 총선에 대규모 거부
야당연합, 사이드 대통령 사임 촉구 시위
아랍의 봄 이후 유일하게 민주화 이어온 튀니지 기로에
17일 치러진 튀니지 총선 투표가 마감된 뒤 수도 튀니스의 선거관리위원회 직원이 개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17일 치러진 튀니지 총선 투표가 마감된 뒤 수도 튀니스의 선거관리위원회 직원이 개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2010년 말 시작된 아랍 민주화 운동인 ‘아랍의 봄’의 유일한 성과로 꼽혀온 튀니지에서 17일 치러진 총선 투표율이 8.8%에 그쳤다. 기록적으로 낮은 투표율로 인해 어렵게 유지돼온 튀니지의 민주주의가 큰 위기에 놓이게 됐다.

튀니지 선거관리위원회인 독립고등선거청(ISIE)은 이날 오후 6시 마감된 총선의 투표율이 8.8%라고 밝혔다고 <에이피>(AP) 통신 등이 보도했다. 파루크 부아스카르 독립고등선거청장은 이날 투표율을 공개하며 “부패한 정치자금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이 수치를 정당화하려 애썼다.

카이스 사이드(64) 대통령은 이에 앞선 지난해 7월 의회를 정지시키고 최대 정당인 엔나흐다의 지도자 히샴 마시시 총리를 해임한 뒤 대통령 권력을 강화하는 개헌을 단행했다. 이 개헌으로 인해 사이드 대통령은 △총리 등 각료 임면권 △의회 해산권 △판사 임명권을 보유해 행정부뿐 아니라 입법부·사법부까지 통제하는 막강한 권한을 갖게 됐다. 또 대통령의 파면에 대한 규정을 없애고, ‘임박한 위험’을 이유로 ‘5년 임기에 1회 재임’으로 정해진 임기를 연장할 수 있게 됐다. 이 헌법은 지난 7월 국민투표에서 94.6%의 찬성(투표율 30.4%)으로 통과됐다. 주요 정당들은 이에 대해 “독재의 문을 열고, 민주주의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맹렬히 반대했다.

이번 총선은 대통령에게 막강한 권한을 부여한 새 헌법에 따라 치러진 첫 선거였기 때문에 주요 정당들은 애초 불참을 선언한 상태였다. 그에 따라 상당한 수준의 투표율 저하가 예상된 상황이었다.

튀니지의 야당 연합인 ‘구국전선’은 8%대의 기록적으로 낮은 투표율로 인해 사이드 대통령은 정당성을 상실했다며 퇴진을 요구했다. 최대 정당인 엔나흐다가 참가한 구국전선의 지도자 나지브 셰비는 “오늘 일어난 일은 지진”이라며 “지금부터 우리는 사이드를 불법적 대통령으로 간주하고 사임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헌법학자 출신인 사이드는 2019년 대선에서 최대 정당인 엔나흐다의 지지를 받는 무소속 후보로 출마해 결선투표에서 전체 유권자 가운데 72.7%의 표를 얻어 대통령에 취임했다. 부패 퇴치와 선거 개혁 등을 내걸고 젊은층에서 큰 인기를 얻었지만, 코로나19로 인한 경제난과 경찰의 가혹한 탄압 문제 등으로 지난해 1월부터 반정부 시위에 부딪히게 됐다. 그러자 엔나흐다와 정치적 연대를 파기하고, 의회 해산, 총리 해임, 개헌 등을 밀어부쳤다.

튀니지는 2011년 12월 노점상인 모하메드 부아지지가 당국의 단속에 항의해 분신 자살하며 시작된 ‘아랍의 봄’의 발상지다. 이후 튀니지에선 제인 엘아비디네 벤 알리 대통령의 독재 권력이 타도되고, 민선 정부가 수립됐다. 다른 나라에선 아랍의 봄이 결국 뚜렷한 성과를 만들어내지 못했지만, 튀니지에선 열한차례나 정부가 바뀌는 정치적 혼란 중에도 자유선거에 의한 민선 정부가 유지돼왔다. 하지만 아랍의 봄 11주년 기념일인 17일 총선이 사상 최저 투표율을 기록하며 끝나면서 튀니지의 아슬아슬한 민주주의 역시 큰 위기에 놓이게 됐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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