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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얕은 진원, 강력 여진에 부실 건물 우르르…악재 겹친 대지진

등록 2023-02-07 15:16수정 2023-02-07 16:23

7일 지진으로 내려앉은 튀르키예 남부 가지안테프의 한 건물 잔해에서 구조대원들이 수색 작업을 하고 있다. 가지안테프/AP 연합뉴스
7일 지진으로 내려앉은 튀르키예 남부 가지안테프의 한 건물 잔해에서 구조대원들이 수색 작업을 하고 있다. 가지안테프/AP 연합뉴스

튀르키예 대지진이 엄청난 인명을 앗아간 것은 지진이 강력했을 뿐 아니라 다른 악재들까지 여러 개 겹친 결과인 것으로 분석된다.

6일 새벽(현지시각) 발생한 최초 지진은 규모가 7.8로 튀르키예에서 1939년 발생한 같은 규모의 지진 이래 가장 강력했다. 이런 힘이 지상으로 많이 전달되게 만든 것은 발생 깊이였다. 땅속에서 일어나는 지진은 규모가 커도 지하 수백㎞에서 발생하면 별 피해를 발생시키지 않는다. 그런데 이번 지진의 진원은 지표에서 불과 약 18㎞ 떨어진 곳이었다. 최초 지진의 충격은 가까운 중동의 이집트나 레바논은 물론 5500㎞나 떨어진 그린란드에서도 감지됐다고 덴마크·그린란드 지질학연구소가 밝혔다.

보기 드물게 강력한 여진도 결정적이었다. 새벽 4시17분에 규모 7.8의 지진이 발생한 후 크고 작은 수십 차례 여진이 이어졌다. 11분 뒤 규모 6.5의 지진이 또 발생한 데 이어 9시간가량 지난 오후 1시24분에는 규모 7.5의 강력한 여진이 다시 덮쳤다. 최초 지진 발생지로부터 95㎞ 북쪽으로 떨어진 곳에서 발생한 이 여진의 진원 깊이는 약 10㎞로 더 얕았다. 이때도 최초 강진을 비롯해 지속된 충격으로 흔들리고 약화된 건물들이 많이 무너졌다.

지질학자들은 이처럼 강력한 여진은 보기 드물다고 지적했다. <뉴욕 타임스>는 지진에 대한 세계적 통계를 대입하면 이번 경우 가장 강력한 여진은 규모 6.8, 또는 최초 지진에 비해 30분의 1의 강도에 그쳤어야 했다고 보도했다. 지진의 힘과 발생 양상뿐 아니라 최초의 강진이 새벽에 발생했고, 피해 지역에 인구가 밀집했다는 점도 희생자를 늘렸다.

지진에 취약한 부실 건물들이 쉽게 무너진 것도 빼놓을 수 없다. 큰 피해를 입은 도시 가지안테프나 디야르바키르 등지에서는 폭격을 맞은듯 산산이 부서지거나 위아래로 철저히 찌부러진 건물이 많았다. 건물이 부서져도 골조가 어느 정도 버텨준다면 안에 있는 사람의 생존에 대한 희망을 품을 수도 있지만 피해 지역의 많은 건물들은 그런 상태가 아니었다.

미국 지질조사국은 “지진에 내구력을 갖춘 건물이 일부 있긴 하지만, 이 지역 사람들은 지진의 흔들림에 매우 취약한 구조물 안에서 살고 있다”고 했다. 지질조사국은 철근 등으로 보강하지 않고 쌓아올린 벽돌 건물, 충격을 잘 흡수하지 못하는 비연성 콘크리트로 만든 건물은 옆으로 흔드는 지진의 힘에 쉽게 무너진다고 설명했다.

퍼시픽노스웨스트 지진네트워크의 해럴드 토빈 소장은 무너진 건물들 옆에 간간이 멀쩡해 보이는 건물들이 보이는 것은 내진 설계 기준에 따르지 않은 건물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보여준다고 <엔비시>(NBC) 방송에 말했다. 2015년 9천여명이 목숨을 잃은 네팔 대지진 때도 지진에 취약한 비연성 콘크리트 건물 등이 쉽게 부서지면서 피해를 키웠다.

워싱턴/ 이본영 특파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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