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튀르키예 남동부 카흐라만마라시에서 메수트 한제르가 지진으로 무너진 아파트 잔해에 깔린 15살 숨진 딸의 손을 놓지 못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튀르키예와 시리아에서 수천명의 희생자를 낸 강진이 일어난 다음날인 7일(현지 시각) 중년 남성 한 명이 아파트 잔해 속에 깔린 누군가의 손을 꼭 붙잡고 있다. 남성이 붙잡고 있는 이는 그의 15살 난 딸이었다.
<아에프페>(AFP) 통신이 7일 보도한 이 사진은 지진으로 아이들을 잃은 부모들의 비극을 보여준다. 사진 속 남성은 튀르키예 남동부 카흐라만마라시에 사는 메수트 한제르이다. 매트리스 위에 누워 있는 딸 이르마크 한제르는 건물 잔해에 깔린 채로 아버지의 손을 놓지 않는 모습이다.
통신은 오렌지색 점퍼를 입은 아버지가 이미 숨이 끊어진 딸의 손을 잡고 한파 속에서도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슬픔이 너무나 커 그는 거의 말을 하지 못했다고 한다. 6일 새벽 4시17분께 대부분의 사람이 깊이 잠든 시간에 일어난 규모 7.8 강진 때 딸도 잠이 들어있다가 미처 빠져나오지 못하고 변을 당했다. 외신들은 아버지의 페이스북에는 부녀의 즐거웠던 시절 모습의 사진이 남아있다고 전했다.
지진 피해 지역 상당수는 지진으로 구조대가 들어올 도로가 파괴되고 한파마저 엄습해 생존자 구조 작업이 어려운 상황이다. 사망한 이들 주검을 수습하는 일은 더욱 쉽지 않다. 한제르가 딸의 손을 붙잡고 있는 카흐라만마라시에서는 깊은 슬픔에 빠진 주민들이 절규하고 있다.
지진으로 아버지와 형제를 잃은 주민 한 명은 “국가는 어디 있나? 주검을 수습할 수가 없다”며 절규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영국 <비비시>(BBC)방송에 따르면 튀르키예 남부 안타크야에서는 주검이 거리 한복판에 몇 시간 동안 방치됐다.
6일 시리아 알레포주 아프린시 잔다리스 마을에서 아기를 잃은 아버지가 슬퍼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아이를 잃은 이들은 한제르뿐만이 아니다. 시리아 북서부 알레포주 아프린시 잔다리스 마을에서 6일 시리아인 아버지가 이미 숨진 아기를 품에 안고 흐느꼈다. 아버지는 붉은색 담요 속에 있는 숨진 아기의 모습을 보며 울었다. 얼굴이 창백한 아기를 담요에 감싼 채 폐허가 된 건물 잔해에서 벗어났다. 12년째 내전이 진행 중인 시리아는 바샤르 아사드 독재정권이 장악한 지역과 북서부 반군 장악 지역 그리고 튀르키예 점령 지역으로 쪼개져 있어, 생존자 구조 및 주민 구호 작업을 체계적으로 하기 쉽지 않다. 아프린시는 반군이 통제하고 있는 지역이다.
조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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