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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범국민 저항에…네타냐후 정권 ‘사법장악’ 일단 연기

등록 2023-03-28 08:58수정 2023-03-29 07:28

27일(현지시각)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사법개편에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반대여론에 밀려 입법을 연기하겠다고 발표했다. AFP 연합뉴스
27일(현지시각)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사법개편에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반대여론에 밀려 입법을 연기하겠다고 발표했다. AFP 연합뉴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정권이 사법부를 장악하려 한다’는 비판이 이어지던 사법 개편안의 입법 작업을 잠시 연기하겠다고 밝혔다. 이 안에 공개적으로 반기를 든 국방장관을 전격 경질하며 강행 의지를 밝힌 지 하루 만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27일 밤 텔레비전으로 생중계된 대국민 연설을 통해 나라가 이번 사법 개편으로 깊은 분열을 겪고 있음을 인정하면서 “이를 막기 위해” 나서야 할 때라고 말했다고 <에이피>(AP) 통신이 보도했다. 그는 “대화로 내전을 피할 기회가 있을 때 나는 총리로서 대화를 위한 시간을 갖기로 했다”며 다음달 30일부터 열리는 의회 여름 회기에 “광범위한 컨센서스”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네타냐후 총리는 전날인 26일 이 법안이 군내 분열을 일으켜 “이스라엘 안보에 명백하고, 즉각적이고, 실질적인 위험”이 되고 있다며 공개 반대 입장을 밝힌 요아브 갈란트 국방장관을 해임하며 강행 의지를 드러냈었다.

하지만 이 결정이 오히려 반대 여론에 기름을 끼얹은 격이 됐다. 사법 개편에 반대하는 시민 수만명이 26~27일 예루살렘과 텔아비브 등 주요 도시에서 거리로 뛰쳐나와 도로를 점거하고 경찰과 충돌했다. 조합원 80만명을 자랑하는 최대 규모 노동조합인 ‘이스라엘 노동자총동맹’(히스타드루트)도 27일 총파업을 선언하며 반대 여론 결집에 나섰다. 이스라엘 노동자총동맹이 정치적 이슈로 총파업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이스라엘 의사 연합도 이번 입법을 중단하지 않으면, 28일부터 의료 서비스를 중단하겠다고 정권을 압박했다.

이에 맞서 예루살렘 등에서는 수만명의 극우세력이 입법 강행을 촉구하는 친정부 집회를 열었다. 경찰이 사법 개편에 반대하는 시위대와 분리를 시도해 충돌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날 네타냐후 총리의 연기 결정으로 이스라엘 사회를 날카롭게 양분했던 긴장은 일단 누그러지는 분위기다. 반대 시위로 한때 항공기 운항이 중단됐던 벤구리온 국제공항은 정상화됐고, 이스라엘 노동자총동맹도 예고했던 총파업을 철회했다.

그러나 사법 개편이 ‘연기’된 것인 만큼 갈등의 불씨가 꺼진 것은 아니다. 이츠하크 헤르초그 대통령은 “이제 솔직하고 진지하며 책임감 있는 논의가 필요한 시기”라며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을 촉구했다. 야당 지도자인 야이르 라피드 전 총리는 “만약 입법이 진짜로 그리고 완전히 중단된다면 우리는 진짜 대화를 시작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예전에도 (네타냐후 총리의 거짓말을) 경험한 적이 있는 만큼 이번에도 그의 말에 속임수가 없는지를 확인할 것이다. 측근들에게 진정한 입법 중단은 아니라고 말했다는 얘기를 접했다”고 의구심을 감추지 않았다.

이스라엘 건국 이후 최악의 극우 내각이라는 평가를 받는 이번 내각에서도 가장 극우적인 인사로 꼽히는 이타마르 벤그비르 치안장관(국가안보장관)은 이 결정을 존중하지만 타협할 생각이 없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사법 개혁안은 통과될 것”이라며 “누구도 우리를 물러나게 할 수 없다”는 뜻을 내보였다.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극우 연립정부는 지난해 12월 말 출범했다. 그 직후인 1월12일 정부의 법관 임명권을 강화하고 대법원의 법률심사권을 무력화하는 내용을 뼈대로 한 이른바 ‘사법 개혁’을 발표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선출되지 않은 법관들이 지나친 권력을 갖고 국정에 개입하는 폐단을 바로잡기 위해 사법권 재조정이 필요하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그러나 야당과 시민단체는 이 안이 2019년 비리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네타냐후 총리에게 면죄부를 줄 수 있고, 사법부의 독립을 해쳐 견제와 균형이라는 민주주의 원칙을 무너뜨리려는 시도라고 강하게 반발해왔다. 커린 잔피에어 미국 백악관 대변인은 27일 “이스라엘 지도자들이 조속히 타협안을 찾을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말했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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