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각) 그리스독립축하 리셉션에서 배우 톰 행크스-리타 윌슨 부부와 함께 하고 있다. 백악관/UPI 연합뉴스
논란이 되고 있는 이스라엘의 ‘사법개편’을 둘러싸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보기 드문 공개 설전을 벌였다.
포문은 바이든 대통령이 먼저 열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28일(현지시각) 노스캐롤라이나에서 워싱턴으로 돌아가는 길에 최근 이스라엘 사태에 대한 질문을 받자 “이스라엘의 많은 강력한 지지자들처럼 매우 걱정스럽다”며 “그들은 이 길을 계속 갈 수 없다”고 말했다고 외신들이 보도했다. 네타냐후 총리가 최근 국민의 거센 저항에 부딪혀 사법개편 추진을 연기했지만 여전히 갈등의 불씨가 남아 있는 상황을 우려하며, 사실상 최종 철회를 권고한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워싱턴에 도착해서도 “나는 네타냐후 총리가 거기에서 물러나기를 바란다”며 “총리가 진정한 타협을 할 수 있는 방식으로 행동하길 희망한다. 두고 보겠다”고 한 마디 덧붙였다. 이런 내정 간섭성 발언은 두 나라가 절제되고 조율된 메시지를 내놓던 관행에 비춰보면 이례적인 도발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네타냐후 총리가 곧 미국을 방문할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서도 “가까운 시기엔 아니다”고 잘랐다.
그러자 네타냐후 총리는 “이스라엘은 주권국가”라며 발끈했다. 그는 다음날 새벽 1시께 소셜 미디어를 통해 “나는 40년 넘게 바이든 대통령을 알고 지냈으며 그가 오랜 기간 이스라엘을 위해 일해온 것을 고맙게 생각한다”며 “그렇지만 이스라엘은 주권국가로 국민의 의지에 따라 결정을 내리는 것이지 외국의 압력에 따르지 않는다. 그건 아무리 친한 친구라도 마찬가지”라고 쏘아붙였다.
이스라엘 집권 연정 내부에서도 반발이 나왔다. 극우 정치인인 이타마르 벤그비르 치안장관(국가안보장관)은 “이스라엘은 민주주의 국가다. 미국 대통령이 그것을 이해하길 기대한다”고 맞받았고, 리쿠드당 출신인 마키 조하르 문화체육장관도 소셜 미디어에 “바이든이 사법정비에 관한 가짜 뉴스의 희생자가 되어 안타깝다”고 썼다가 몇 분 뒤 게시물을 지웠다. 리쿠드당 출신 의회 부의장인 니심 바투리는 “미국이 우리를 지원하지 않는다면 이스라엘은 미국 없이 스스로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 야당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을 반겼다. 이스라엘군 참모총장 출신인 야당 지도자 베니 간츠는 바이든 대통령이 “이스라엘 정부에 긴급한 경고음을 울려줘” 고맙다며 “우리의 가장 친한 친구이자 가장 중요한 동맹인 미국과의 관계를 훼손하는 것은 전략적 공격”이라고 말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일방적으로 사법부 권한을 축소하는 사법개편을 추진하다 국민적 저항에 부딪히자 입법화를 연기하고 야권과 협상을 통해 합의점을 찾겠다며 한발 물러선 상태이다.
박병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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