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새벽 이스라엘방위군의 습격을 받은 서안 지구의 제닌 난민촌 인근 거주지에서 화염이 피어오르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이스라엘이 하마스가 통치하는 가자지구에 대한 가차 없는 공격을 이어가는 가운데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관할하는 요르단강 서안지구에서도 무력 충돌이 급증하고 있다. 양쪽 간의 충돌이 격화되자 서안지구가 ‘제2의 가자지구’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미 국무부는 1일(현지시각) 이스라엘 정착민들이 서안지구에서 팔레스타인 주민들에게 가하는 폭력 사태를 비판했다. 매슈 밀러 대변인은 이날 기자 브리핑에서 서안에서 이스라엘 정착민들이 팔레스타인 주민들에게 가하는 폭력이 “이스라엘의 장기적 안보를 불안정하고 반생산적으로 만드는 것은 물론이고 서안지구의 팔레스타인 주민의 생활에 극히 해롭다”고 비난했다. 이어 “우리는 그런 것이 용납될 수 없다는 매우 명확한 메시지를 그들에게 보냈다”며 “중단돼야 하고, 책임질 필요가 있는 이들이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이 서안지구 내의 상황에 극히 비판적인 입장을 드러낸 것은 하마스의 지난달 7일 기습 공격 이후 이스라엘방위군(IDF)의 공격으로 인한 사상자가 가파르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군은 1일 새벽 서안지구 북부의 제닌 난민촌을 습격해 적어도 3명의 주민이 숨졌다고 알자지라가 전했다. 방송은 이날 습격이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공격한 지난달 7일 이후 최대 규모라면서,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를 이끄는 정파인 파타흐의 고위 간부가 체포됐다고 전했다. 방송은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를 구성하는 파타흐의 간부까지 체포한 것은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또 같은 날 북서부 툴카름 난민촌에서 이스라엘군의 공격을 받아 거동이 불편한 65살 노인이 숨졌고 30여명이 체포됐다. 그 남쪽의 칼킬랴에선 이스라엘군과 팔레스타인 주민 사이에 충돌이 벌어졌다. 북부 헤브론에서도 16살 소년이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다 실탄에 맞아 숨졌다. 분노한 서안지구 주민들은 1일 총파업을 선언했다.
이에 앞서 지난해 12월 말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극우 정권이 들어선 뒤 서안지구 내 이스라엘 정착민들의 팔레스타인 주민에 대한 도발과 공격이 크게 늘었다.
블룸버그는 1일 유엔 자료를 인용해 서안지구에서 이스라엘군과 정착민들의 공격으로 팔레스타인 주민 334명이 숨지고, 1100명이 체포됐다고 밝혔다. 사망자 수는 2005년 유엔의 집계가 시작된 뒤 최고치이다.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은 1일 별도 자료에서 지난달 7일 이후 이스라엘 정착민들이 팔레스타인 주민들에게 171건의 공격을 가해 820명이 거주지에서 쫓겨났다고 밝혔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보건부에 따르면, 지난달 7일 이후 서안지구 내 사망자는 130명에 달한다.
정의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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