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지구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22일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무너진 알 누세이라트 난민촌의 건물 더미 주변을 살펴보고 있다. EPA 연합뉴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공격 첫 6주 동안 주민들에게 ‘안전지대’라며 대피를 권유해 놓고 초대형 폭탄으로 폭격해왔다고 미국 뉴욕타임스가 22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신문은 위성사진과 무인기(드론) 촬영 사진을 인공지능(AI)으로 분석한 결과 이 기간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남부에서 ‘MK 84’ 등 2천파운드(907㎏) 무게의 초대형 폭탄을 208차례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2천파운드 폭탄은 파괴력이 너무 커, 미군이 인구 밀집 지역에 사용하지 않는 무기라고 군사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전문가들은 이스라엘군이 아파트도 무너뜨릴 수 있는 2천파운드 무게의 초대형 폭탄을 인구가 밀집된 도심지에서 자유롭게 사용한 것은 놀라운 일이라고 말했다.
위성사진 분석 대상으로 삼은 지역은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주민에게 대피를 권했던 가자지구 남부 지역이다.
신문은 이스라엘군이 대피지역으로 지정한 지역의 위성사진과 무인기 사진을 입수해 2천파운드 폭탄의 투하 흔적으로 추정되는 지름 12m 이상의 패인 구멍을 인공지능로 탐색했다. 그 결과 208곳에서 2천파운드 폭탄이 투하된 흔적이 발견됐다. 사진 및 영상 자료의 한계 등을 고려하면 실제 폭탄 투하 회수는 이보다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남부를 안전 지역으로 지정해 놓고 폭격을 해온 사실은 언론을 통해 이미 알려졌지만, 초대형 폭탄의 구체적인 폭격 회수가 알려진 것은 처음이다.
이런 조사결과는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남부에서 민간인 안전을 줄곧 위협해 왔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한 중년 여성 피란민은 “그들이 우리에게 남쪽으로 가라고 해서 남쪽으로 왔다. 아직 안전한 곳을 찾지 못했다. 안전한 곳이 어디 있느냐”고 말했다.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이에 대한 질의에 문서를 통해 “이스라엘의 우선 순위는 하마스의 파괴이고 그런 질문은 나중에 살펴볼 사안”이라며 “이스라엘군은 민간인 피해를 줄이기 위해 실행 가능한 예방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은 지난 10월 이후 이스라엘에 2천파운드 폭탄 'MK-84'를 5천발 이상 공급했다.
박병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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