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국제 중동·아프리카

“부시 각하 행복하십니까”

등록 2006-05-10 19:07수정 2006-05-10 22:56

이란 대통령 편지 공개
“이라크 침공을 예수는 어떻게 심판할까요”
“대통령 각하, 현재의 세계 정세에 행복하십니까?”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이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에게 보낸 18쪽짜리 ‘깜짝 편지’가 공개됐다. 1979년 테헤란 미국대사관 인질 사건으로 두 나라 관계가 단절된 지 27년 만에 이란 지도자가 미국에 보낸 이 편지는 미국의 외교정책을 조목조목 따지는 역사·철학 강의와 종교적 설교의 모양새를 띠고 있지만, 이라크전과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점령, 미국의 라틴아메리카·중동 쿠데타 지원 등 미국 외교정책의 아픈 곳을 건드리고 있다. <뉴욕타임스>에 전재된 <르몽드>의 영문 번역본 전문을 요약했다.

원문의 한글 번역본은 인터넷 한겨레(hani.co.kr)에서 볼 수 있다. 정리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미국의 대통령 조지 부시에게,

나는 국제사회에 존재하는 모순이 어떻게 정당화될 수 있는지 생각하곤 한다. 예수 그리스도를 따르며 인권을 지켜야 할 의무가 있는 사람이 다른 나라들을 공격해 수많은 사람의 삶을 파괴하는 일이 어떻게 일어날 수 있는가?

대량살상무기(WMD)가 있다는 가능성만으로 거대한 비극이 이라크를 집어 삼켰지만, 결국 대량살상무기는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물론 사담은 살인자, 독재자였지만 과거 사담이 이란과 전쟁을 벌일 때 서방은 그를 지원했다.


관타나모 수용소에는 수감자들이 재판도 받지 않고 법적 근거도 없이 갇혀 있으며, 유럽연합은 유럽 내 미국 비밀수용소의 존재를 확인했다.

600만명의 유대인이 학살된 것이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왜 중동에 유대인의 나라가 세워져야 하는가? 이스라엘이 수립되는 과정에서 수천명의 (팔레스타인인이) 목숨을 잃고 수백만명이 난민이 되었다. 이러한 비극은 지난 60년 동안 계속돼 왔다.

왜 중동에서 이뤄지는 과학적 성과를 한 국가의 기본적 권리로 보지 않고 시온주의 정권(이스라엘)에 대한 위협으로만 보는가? 중세를 제외하곤 어떤 시대에 과학기술의 진보가 범죄였던 적이 있는가? 과학기술이 군사적 목적으로 사용될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과학기술 전체에 반대해야 하나?

라틴 아메리카인들은 왜 그들이 선출한 정부가 무너지고 쿠데타 지도자들이 (미국의) 지지를 받았는지 물을 권리가 있다. 이란인들도 (미국의 쿠데타 지원으로) 1953년 합법적 정부가 무너진 것에 대해 의문을 가지고 있다.

9·11은 끔찍한 사건이었으며 무고한 사람들의 죽음은 전세계에 충격을 줬다. 그러나, 그 이후 사람들의 정신적 피해를 치료하고 마음의 평화를 찾는 대신, 많은 서방 언론들은 두려움과 불안만 조장했다. 미국인들은 새로운 공격에 대한 끊임없는 공포 속에서 살아가고 있으며, 이것은 침공의 명분으로 정당화되고 있다. 이라크전에 들어간 돈을 가난을 해결하는 데 썼다면 세계는 물론 미국의 정치·경제적 상황이 훨씬 좋아졌을 것이다.

세계가 얼마나 이런 상황을 견뎌낼 수 있는가? 선량한 사람들의 피가 얼마나 더 길거리에 뿌려져야 하는가? 예수 그리스도와 예언자 아브라함, 이삭이 우리와 함께 한다면 그들은 이런 행동들을 어떻게 심판할 것인가?

부시 대통령, 역사는 압제적이고 잔인한 정권들은 계속될 수 없다는 것을 가르쳐 준다. 누구도 세계가 변하고 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세계인들은 신을 향해 모이고 있다. 당신도 여기에 동참할 것인가?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이슬람공화국 대통령 보냄

정리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국제 많이 보는 기사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1.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2.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3.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4.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5.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