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침해 논란속 사망자 첫 발생…폐쇄 여론 들끓을 듯
미군이 관리운영하는 쿠바 관타나모 수용소에 수감됐던 3명이 10일 새벽(이하 현지시각) 집단으로 목을 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미군 당국이 이날 밝혔다.
2002년 1월 수용소가 운영되기 시작한 이래 25명이 41차례의 자살을 감행했지만, 사망자가 발생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관타나모 기지 사령관인 해리 해리스 해군 소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0시를 조금 넘긴 시각 경비병이 한 감방에서 자살한 수감자를 발견해 의료팀이 소생을 시도했지만 무위로 끝났고, 인근 감방에서 두 명이 추가로 자살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그는 “그들은 우리 것이든 자신들의 것이건 생명을 존중하지 않는다”며 “그들의 행동은 절망감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우리에 대한 비대칭 전쟁 행위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군 관계자들은 이들의 자살이 사전에 협의된 것으로 보인다며 이들은 침대 시트와 옷으로 만든 올가미를 이용했고 아랍어로 쓴 유언들을 남겼다고 전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출신 2명과 예멘 출신 1명인 것으로만 알려진 이들은 지난해 수용소 쪽의 영장 없는 장기구금과 부당대우에 항의하는 단식농성에 참여했다가 강제 음식물 투여를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이날 대통령 휴양지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이번 사건에 대해 보고를 받고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고 “주검들을 인도적이고 이슬람 문화에 저촉되지 않도록 주의해서 다루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고 토니 스노 백악관 대변인이 밝혔다.
아프가니스탄 침공 이후 전세계의 테러 용의자들을 재판 없이 장기간 불법 구금하고 있는 관타나모 군 수감시설은 고문 등 인권침해 논란을 빚어왔고, 유엔고문방지위, 유럽이사회, 독일 등 유럽국, 그리고 국제사면위 등 인권단체들로부터 계속 폐쇄 요구를 받아왔다. 이번 집단자살 사건은 수용소 폐쇄에 대한 국제여론을 다시 촉발할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류재훈 특파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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