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바논 해법’ 국제사회 손익계산 분주
오늘 18개국 로마회담 촉각
다국적군 배치 등 논의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이 베이루트에서 보낸 5시간은 냉랭했다.
23일 오후 2시(현지시각) 라이스 장관이 탄 헬기가 베이루트 주재 미국 대사관에 내렸다. 애초 순방 일정에 없던 깜짝 방문이었다. 중간급유지인 아일랜드 섀넌공항을 이륙할 때까지 동행한 기자들에게도 비밀로 부쳤다. 라이스 장관이 베이루트에 착륙하자 베이루트를 뒤흔들던 이스라엘군의 공습이 조용해졌다고 <뉴욕타임스>는 보도했다.
즉각 정전에 반대한 라이스= 라이스 장관 일행은 도착 즉시 대기하던 차량에 타고 푸아드 시니오라 레바논 총리 공관으로 질주했다. 시니오라 총리가 라이스 장관의 뺨에 세번의 환영 키스를 하며 시작된 회담은 곧 얼어붙었다. 시니오라 총리가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레바논은 50년 전으로 후퇴했다. 이스라엘이 즉각 공격을 멈추고 정전해야 한다”고 말을 꺼내자, 라이스 장관은 “헤즈볼라가 즉각 납치한 이스라엘 병사를 석방하고 이스라엘과의 국경선에서 25㎞밖으로 물러나야만 정전이 가능하다”는 ‘중재안’을 고집했다. 2시간의 회담은 결국 아무런 결론도 없었다.
라이스 장관은 다시 나비 베리 레바논 국회의장을 1시간 동안 만났다. 베리 의장은 시아파 최고위 정치인으로 하산 나스랄라 헤즈볼라 지도자와 직접 연락하며 사태 수습을 맡고 있다. 헤즈볼라와 관련된 상황을 바꿔야한다는 라이스 장관의 요구에 베리 의장도 “먼저 정전, 다음에 병사와 수감자 교환, 그리고 나서 다른 문제들을 논의하는 게 순서”라고 맞섰다고 <알자지라>가 전했다. 즉각 정전을 요구하는 레바논 정부와 이스라엘이 헤즈볼라 무력화라는 군사적 목표를 달성할 시간을 주기 위해 계속 정전을 미루는 미국 정부의 입장은 계속 날카롭게 부딪쳤다.
짧은 방문 동안 라이스 장관은 “레바논인들을 깊이 염려하며 여기에 왔다”는 말을 되풀이했지만, 모든 레바논인들은 이스라엘과 이를 지원하는 미국에 분노의 목소리를 감추지 않았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라이스 장관 일행을 따라 항의시위대가 몰려들었다. 이중 셰린 사데크는 이 신문에 “이 전쟁은 헤즈볼라를 향한 것이 아니라, 레바논과 레바논 국민들을 겨냥한 것”이라고 말했다. “50만명이 난민이 됐다. 미국인들의 세금이 여기에 쓰였다”는 함성도 들렸다.
라이스 장관은 짧은 베이루트 방문을 마치고 곧바로 이스라엘로 떠나 이스라엘의 에후드 올메르트 총리와 치피 리브니 외무장관을 만났다. 그는 어려운 처지에 있는 이스라엘인들에게 공감을 표했으며 “시리아와 이란이 헤즈볼라를 지원하고 있다. 헤즈볼라 무장해제를 결의한 유엔결의 1559를 실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국적군 배치에 주저하는 유럽= 결실이 없었던 라이스 장관의 중동방문에 이어 초점은 18개 아랍·유럽국가와 국제기구 대표단이 사태 해법을 찾기위해 모이는 26일 로마회담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 회담에는 라이스 장관과 코피아난 유엔 사무총장, 프랑스, 영국, 이스라엘과 레바논, 러시아, 이집트, 사우디아라비아 등의 대표단이 참석한다. 회담의 최대 의제는 급부상한 레바논 남부 다국적군 배치 문제다. 이스라엘과 미국은 헤즈볼라를 레바논 남부에서 몰아내고 무장해제시킬 유럽국가 중심의 다국적군 또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군 배치에 무게를 두고 있다. 그러나, 정장 유럽국가들은 주저하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스라엘편으로 찍혀 중동 민심의 표적이 되거나 헤즈볼라와의 분쟁에 말려들 수 있어 득보다 실이 크다는 계산 때문이다. 독일은 참여할 수는 있지만 헤즈볼라가 동의해야 한다는 어려운 조건을 제시했다. 프랑스는 82년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 이후 병력을 파병했다 내전에 휘말렸던 악몽을 떠올리며 확답을 피하고 있다. 영국도 이미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발칸반도에 파병해 여력이 없다고 말한다. 괜히 중동에서 이스라엘편으로 찍히고 헤즈볼라와의 분쟁에 말려들기 싫다는 의중이다. “즉각 정전”을 미루는 국제사회의 손익계산 속에 레바논 사망자수가 400명에 다다르고 있다. 박민희 기자
다국적군 배치에 주저하는 유럽= 결실이 없었던 라이스 장관의 중동방문에 이어 초점은 18개 아랍·유럽국가와 국제기구 대표단이 사태 해법을 찾기위해 모이는 26일 로마회담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 회담에는 라이스 장관과 코피아난 유엔 사무총장, 프랑스, 영국, 이스라엘과 레바논, 러시아, 이집트, 사우디아라비아 등의 대표단이 참석한다. 회담의 최대 의제는 급부상한 레바논 남부 다국적군 배치 문제다. 이스라엘과 미국은 헤즈볼라를 레바논 남부에서 몰아내고 무장해제시킬 유럽국가 중심의 다국적군 또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군 배치에 무게를 두고 있다. 그러나, 정장 유럽국가들은 주저하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스라엘편으로 찍혀 중동 민심의 표적이 되거나 헤즈볼라와의 분쟁에 말려들 수 있어 득보다 실이 크다는 계산 때문이다. 독일은 참여할 수는 있지만 헤즈볼라가 동의해야 한다는 어려운 조건을 제시했다. 프랑스는 82년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 이후 병력을 파병했다 내전에 휘말렸던 악몽을 떠올리며 확답을 피하고 있다. 영국도 이미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발칸반도에 파병해 여력이 없다고 말한다. 괜히 중동에서 이스라엘편으로 찍히고 헤즈볼라와의 분쟁에 말려들기 싫다는 의중이다. “즉각 정전”을 미루는 국제사회의 손익계산 속에 레바논 사망자수가 400명에 다다르고 있다. 박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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