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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라말 주한 레바논 대사 “숨진 민간인 절반이 어린이”

등록 2006-07-27 18:39수정 2006-07-28 13:50

라말 주한 레바논 대사. 김태형 기자
라말 주한 레바논 대사. 김태형 기자
“헤즈볼라는 저항조직”
이스라엘이야말로 문제…정전 요구 거부 참담”
“이스라엘 폭격으로 숨진 레바논 민간인 400여명중 200여명이 어린 아이들이다. 75만명이 피난민이 돼 큰 고통을 당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레바논의 다리, 공항, 집들, 아이들 분유공장, 앰뷸런스와 식량 수송차량까지 모두 파괴하고 있다. 중동의 진정한 문제는 이스라엘이다.”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이 이미 보름을 넘어선 27일, 후세인 라말 주한 레바논 대사를 용산의 레바논대사관에서 만났다. 그는 이스라엘 침공으로 레바논인들이 겪고 있는 비극을 이야기하면서, 이런 상황에서도 ‘정전’ 요구를 고집스럽게 거부하는 이스라엘과 미국의 태도에 참담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26일 각국 외교관들과 유엔이 모인 로마회의에서도 미국과 이스라엘의 반대로 결국 ‘즉각 정전’ 호소가 거부된 데 매우 실망했다. 이스라엘은 즉각 공격을 멈춰야 한다. 레바논인들이 너무 큰 고통을 겪고 있다. 모든 지역, 모든 이들이 폭격에 노출돼 있다. 이스라엘은 약품과 식량을 들여보내기 위한 안전통로를 여는 것도 거부하고 있으며, 민간인 피난차량을 폭격해 제네바협약을 위반하는 등 어떤 국제법도 지키지 않고 있다. 이미 너무나 많은 시설이 파괴됐고 재건엔 수십억달러가 필요할 것이다.”

-이스라엘과 미국은 왜 정전을 거부하는가?

=이스라엘은 처음에 침공 명분으로 삼았던 이스라엘 병사 석방에 대해서는 이제 관심도 없다. 그것이 침공의 진짜 목표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과 미국은 헤즈볼라에 대한 논스톱 공격을 원하기 때문에 정전을 거부하고 있다.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이미 그들의 목표가 “새로운 중동”이라고 선언했다. 중동에서 민주주의와 자유로 유명한 레바논을 폭격으로 파괴하는 것이 그들의 ‘새로운 중동’ 구상인가?

-그들이 말하는 ‘새로운 중동’ 목표는 무엇인가?

=팔레스타인과 이라크에 이어 중동에서 또다른 지역을 통제하려는 것이며, 이스라엘은 레바논뿐 아니라 중동 전체를 통제하고 싶어한다. 미국이 중동 민주화를 원한다면 민주적인 선거로 선출된 하마스나 레바논인들의 지지를 받는 헤즈볼라를 인정해야 한다. 이스라엘에 반대하면 민주주의가 아니고, 이스라엘 편을 들면 민주주의로 판단하는 그들의 태도가 문제다.

-이스라엘은 헤즈볼라가 테러조직이라고 하는데?


=헤즈볼라는 레바논의 정당이며 테러 조직이 아닌 ‘저항조직’이다. 그들은 민주적 선거에서 의원 8명을 당선시켰고, 장관 2명을 배출했다. 이스라엘이 76년부터 레바논 남부의 셰바팜스를 불법점령하고 있기 때문에 여기 저항하는 헤즈볼라의 무장투쟁은 저항운동으로 인정될 수 있다.

-헤즈볼라의 무장해제를 결의한 ‘유엔 결의1559’가 있는데.

=헤즈볼라를 무장해제할지는 레바논인들이 스스로 결정할 문제이지 이스라엘이 개입할 문제가 아니다. 유엔 결의1559는 유엔과 레바논이 풀어야할 문제이며 이스라엘은 개입할 권리가 없다. 이스라엘이 점령지를 돌려주고 물러난다면, 헤즈볼라 문제는 레바논인들이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할 것이다.

-이스라엘은 왜 과거 4번씩이나 레바논을 침공하고 점령했는가?

=이스라엘은 이웃국가 레바논이 안정된 국가, 경쟁자로 남는 것을 원치 않는다. 레바논은 여러 종교가 공존하면서 민주주의와 언론의 자유를 지켜왔고 우수한 인적자원도 가지고 있다. 이스라엘은 친이스라엘 정부를 세우려고 여러번 레바논을 침공했으나 모두 실패했다. 레바논인들은 결코 친이스라엘 정부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서방국가들이 논의중인 다국적군 배치가 레바논 문제의 해법인가?

=서방국가들의 다국적군 배치는 여전히 아이디어나 제안 단계이고, 구체적인 계획은 드러나지 않고 있다. 외국군 주둔은 매우 민감한 문제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다국적군 구성과 목표가 결정되기 전에는 진정한 해결방안인지 판단할 수 없다. 레바논 남부엔 유엔평화유지군(UNIFIL)이 1978년부터 주둔하고 있지만, 이스라엘은 오히려 유엔군을 방해하고 여러번 공격했다. 비무장지대(DMZ)나 완충지대는 두 나라 땅을 공평하게 점유해 설치되어야 한다. 왜 계속 이스라엘이 레바논 남부를 점령하고, 여기에 완충지대를 만드는가? 이스라엘은 그럴 권리가 없다.

-그렇다면 무엇이 진정한 해법인가?

=이스라엘은 20년 넘게 레바논 수감자들을 풀어주지 않고 있고, 레바논 남부 셰바팜스를 점령하고 있다. 레바논 남부를 점령했을 때 35만개의 지뢰를 심어놓고 그 지도를 넘겨주지 않고 있다. 최상의 해결책은 우선 그들이 레바논을 파괴하고 민간인들을 죽이는 것을 멈추고, 수감자와 이스라엘 병사 교환, 점령지 반환, 지뢰제거를 위한 지도를 제공하는 것이다. 그들은 이런 어렵지 않은 요구를 계속 거부하면서 문제를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란과 시리아가 헤즈볼라를 지원하고 있어 문제라고 말한다.

=중동 국가들이 서로를 돕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미국은 이스라엘을 계속 편들고 무기를 지원하는데, 왜 이런 문제는 지적되지 않는가? 헤즈볼라가 이스라엘의 점령에 저항하면서 이란이나 러시아 등 여러 곳에서 무기를 구입하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이스라엘이 이란, 시리아와 문제가 있다면 직접 풀어야지, 레바논을 희생양으로 삼으면 안 된다. 레바논은 강대국들의 틈에서 희생되고 있다.

라말 대사는 “이스라엘 침공이 시작된 뒤 레바논으로 돌아가려 했으나 이스라엘이 모든 길을 차단한데다 레바논 내의 모든 길도 끊어져 발걸음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며, 레바논에 있는 가족과 친지들이 매우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주한 레바논대사관은 외환은행의 레바논대사관 계좌(601-000250-862)를 통해 현지의 75만 난민들에게 전달할 기금을 모으고 있다.

글/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사진/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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