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현지시각) 레바논 남부 도시 티레 외곽에서 유엔임시군으로 활동중인 중국 병사들이 지난주 이스라엘의 미사일 공격으로 파괴된 건물 잔해 옆에 서 있다. 당시 이스라엘군의 공격으로 집 안에 있던 나이지리아 출신의 유엔 직원과 그의 아내, 레바논인 5명이 무너진 건물에 깔렸으며 지금까지 어린아이 1명 등 레바논인 3명의 주검만 발견돼 수색작업이 계속되고 있다. 티레(레바논)/AP 연합
“감시소에 정밀유도폭탄” 외교관 증언
폭격당하기전 10차례나 중지촉구 전화
폭격당하기전 10차례나 중지촉구 전화
25일 밤 레바논 남부 지역 키암마을 감시소에 있던 유엔 감시단원 4명이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숨진 사건이 발생한 뒤, 이스라엘이 고의적으로 유엔 요원을 살해한 게 아니냐는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이 사건에 대한 유엔의 초기 조사보고서 내용을 잘 아는 한 외교관은 27일(현지시각) “키암마을 언덕 위에 있던 감시소에 정밀유도폭탄이 떨어졌다”고 <비비시(BBC)>에 밝혔다. 방송은 이 보고서에 “감시소가 폭격을 당해 파괴되기 전 약 6시간 동안 격렬한 폭격이 계속됐으며, 유엔 직원은 이스라엘군에 10차례 전화를 걸어 폭격을 멈추라고 촉구했다”는 내용이 있다고 보도했다. 당시 감시소 반지름 1㎞ 이내에서 17차례나 폭격이 있었고, 반경 150m 이내에서는 12발의 대포탄이 터졌으며 그 중 4발이 감시소에 떨어진 뒤 정밀유도폭탄 1발이 터졌다고 보고서는 전했다.
더멋 어헌 아일랜드 외무장관은 이날 “레바논 주둔 유엔임시군(UNIFIL) 요원 가운데 한 명이 공격이 있기 전 이스라엘 국방부에 6차례 경고 전화를 했다”고 말했다. <로이터 통신>도 “유엔임시군 중 한 명이 이스라엘군과 6차례 접촉해 ‘폭격이 유엔 감시단원의 생명을 위험하게 한다’고 경고했다”고 이날 보도했다. 유엔임시군 밀로스 스트루거 대변인은 “심지어 구조작업이 진행되는 중에도 이스라엘군의 폭격은 계속됐다”고 밝힌 바 있다.
이스라엘군은 이번 유엔 감시소 공격 전에도 침공 직후부터 유엔 기관이나 구호요원들에 대한 공격을 계속해 왔다. 영국 <인디펜던트>는 26일 “최근 카나 지역에서 이스라엘 미사일에 맞은 국제적십자사의 구급차 두 대는 모두 지붕 한가운데가 정확하게 관통돼 있었다”며 이스라엘이 의도적으로 구호차량을 겨냥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유엔 안보리는 27일 이스라엘을 규탄하는 의장성명을 내려 했으나 미국의 강력한 반대에 부닥쳐 실패했다. 자국 출신의 감시단원이 숨진 중국은 유엔 요원에 대한 의도적 공격을 비난하고 이런 공격은 용인될 수 없다는 내용의 성명 초안을 냈으나, 미국은 이스라엘의 공격이 의도적이었다는 문구를 넣는 데 반대했다고 유엔 주재 외교관들이 <아에프페(AFP)통신>에 전했다. 중국은 사건 다음날 베이징 주재 이스라엘 대사를 소환했다.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도 26일 성명을 내 “이스라엘군이 명백하게 고의적으로 유엔 감시소를 표적으로 삼은 데 대해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에후드 올메르트 이스라엘 총리는 “이번 일은 실수로 일어났다”고 주장했다.
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
관련기사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