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이스라엘의 공습을 받은 레바논 남부 카프라에서 갓난아이를 안은 엄마가 어린아이의 손을 잡고 피난을 떠나고 있다. 카프라/EPA 연합
공습중단 약속마저 깨자 국제사회 ‘비난여론’ 거세
이 총리 “정전은 없다”…평화유지군 회담도 연기
이 총리 “정전은 없다”…평화유지군 회담도 연기
이스라엘이 국제사회 비난여론에 콧방귀만 뀌고 있다. 미국이 압박한 것으로 알려진 ‘48시간 공습중단’ 약속도 휴지통에 처넣고 공습을 계속했다. 더 나아가 레바논에 대한 지상군 공격 확대 방침도 밝혔다.
에후드 올메르트 이스라엘 총리는 31일 텔레비전 연설에서 “정전은 없다”며 “가까운 미래에 어떤 정전도 없을 것이다”라고 선언했다. 그 뒤 열린 이스라엘 안보 각료회의에서는 레바논에 대한 지상군 공격 강화 방안을 승인했다.
<로이터통신>은 이스라엘 라디오를 인용해 1만5000명의 군인이 소집될 것이라고 전했다. 지상군 강화 목적은 헤즈볼라를 레바논 남부 리타니강 북쪽으로 몰아내고, 이스라엘-레바논 국경지대 20㎞를 확보하려는 것이라고 통신은 보도했다.
앞서 이스라엘은 자신들의 폭격과 공습으로 민간인 60여명이 숨진 카나마을 참사 뒤 48시간 동안 공습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했으나, 헤즈볼라 공격에 대한 방어를 핑계로 1시간30분 만에 공습을 재개했다. 공습 중단 약속은 이스라엘을 방문했던 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이 워싱턴으로 떠나기 직전 나온 것이지만, 라이스 장관이 워싱턴 사무실로 돌아오기도 전에 깨졌다.
최대 후원자인 미국조차 당혹스럽게 만든 이스라엘의 이런 태도는 3주간에 걸친 레바논 침공이 별다른 성과가 없었다는 점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왕 욕먹는 김에 아무 성과 없이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이다.
대다수 이스라엘인들은 3주 전처럼 헤즈볼라가 그들의 국경에서 무장한 채 활동하는 상태로 돌아가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비비시>는 전했다. 이스라엘의 보수주의 두뇌집단인 살렘센터의 마이클 오렌 연구원은 “이스라엘은 이제까지 역사상 가장 우호적인 외교적 위치에서 이번 위기를 맞았음에도 지난 3주간 올메르트 정부는 이 기회를 낭비했다”고 말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아미르 페레츠 국방장관은 성명을 통해 “즉각적인 정전이 선언되면 극단주의자들이 다시 머리를 내밀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제평화유지군이 도착해 (헤즈볼라를 통제하지 못하는) 공백이 없게 될 때에만 정전을 원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스라엘인들은 레바논 공격이 이처럼 길게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으며, 민간인 희생자로 유발된 국제사회의 공세를 견딜 준비가 없었다고 <비비시>는 전했다. 이스라엘의 일부 분석가들은 오랜 숙적 시리아를 불러들여 정치적 협상을 할 것을 주장하기도 한다.
미국은 국제사회에 대한 약속마저 일축하는 이스라엘의 태도에 속을 끓이고 있으나, 이스라엘이 주장하는 ‘영구적 평화’를 여전히 지지하고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주장하는 ‘영구적 평화’란 최소한 레바논 남부에서 헤즈볼라를 완전히 무력화시킨 다음 국제평화유지군을 파견하는 것을 의미한다. 반면 프랑스 등 대다수 국제사회 구성원들은 즉각적인 정전을 주장하고 있다. 이 때문에 31일 열리기로 돼 있던 국제평화유지군 관련국 회담이 막판에 연기됐다.
결국 정전과 국제평화유지군 파견은 이스라엘이 레바논에서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뒤에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레바논 민간인들의 피해가 더 늘어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
결국 정전과 국제평화유지군 파견은 이스라엘이 레바논에서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뒤에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레바논 민간인들의 피해가 더 늘어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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