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국제 중동·아프리카

지상전 확대…브레이크 실종

등록 2006-08-10 18:33수정 2006-08-10 22:23

레바논 국경을 넘어 침공한 이스라엘 군인들이 9일 남부 레바논의 한 도로를 따라 행군하고 있다. 레바논 남부/AP 연합
레바논 국경을 넘어 침공한 이스라엘 군인들이 9일 남부 레바논의 한 도로를 따라 행군하고 있다. 레바논 남부/AP 연합
민간인 사망자 1천명 넘어서
‘82년 레바논 침공’ 비극 재판?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이 10일로 한달을 맞았다.

이스라엘은 이에 맞춰 확전 결정을 내리고, 병력과 탱크를 증파해 레바논 남부 깊숙이 진격하고 있다. 레바논 민간인 희생자만 1천명을 넘었고, 이스라엘 희생자도 늘고 있지만 이를 멈출 ‘브레이크’는 실종 상태다.

9일 이스라엘 내각이 지상전을 확대하기로 결정한 뒤 10일 이스라엘 군과 탱크, 장갑차 행렬이 레바논 남부 리타니강(이스라엘 국경에서 30㎞ 지점)을 향해 진격하기 시작했다고 <에이피(AP)통신> 등이 보도했다. 1만명의 이스라엘군이 이미 남부 레바논에 진격해 헤즈볼라와 교전을 벌여온 상황에서, 곧 5천명이 추가로 배치될 예정이라고 <워싱턴포스트>가 보도했다. 이스라엘군 4만여명이 국경지대에 대기 중이다. 헤즈볼라 지도자 하산 나스랄라는 9일 “저항을 계속해 남부 레바논을 이스라엘 침략군의 무덤으로 만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스라엘 “새 작전 30일 이상 계속”=엘리 이샤이 이스라엘 부총리는 확전 결정 뒤 “새 작전은 30일간 지속될 것이며, 그 이상이 걸릴 수도 있다”고 밝혔다.

확전 결정에는 헤즈볼라의 완강한 저항으로 ‘목표’가 제대로 달성되지 않고 있다는 초조감도 반영됐다. 9일 하루 동안 이스라엘군 15명이 숨지고 38명이 다쳤다. 이스라엘 일간 <하레츠>는 “이스라엘군은 한달 동안 계속된 레바논 공격에서 국경지대의 좁은 지역도 장악하지 못했다”며 “몇몇 마을을 정복해도 헤즈볼라 대원들은 지하벙커에 숨어 있다가 반격에 나서면서 이스라엘군 희생자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에선 반전여론이 실종됐다. 오히려 지금까지 공격이 약했다며 공세를 강화해 헤즈볼라의 위협을 뿌리뽑아야 한다는 정서가 일반적이라고 <뉴욕타임스>가 9일 보도했다.

이스라엘 정부는 10일 지상군 작전과 공습을 강화하면서도 아직 본격 지상전이 시작된 것은 아니라며, ‘유엔에서 논의 중인 외교적 해법’을 위해 작전을 2~3일 유보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외교 해법’ 오리무중=‘국제사회’는 여전히 레바논의 참상과 희생을 끝내는 데 무력한 모습이다. 유엔 안보리 결의안은 “이스라엘 편을 든 일방적 결의안”이라는 아랍권의 반발에 이어 프랑스가 미국에 맞서면서, 표결이 계속 미뤄지고 있다. 프랑스는 먼저 정전이 이뤄지고 레바논 정부군이 배치되면 이스라엘군이 철수해야 한다는 레바논 정부 제안을 지지하고 있다. 반면 미국은 전투 능력을 갖춘 다국적군이 배치될 때까지 레바논에 계속 주둔하겠다는 이스라엘의 주장을 계속 지원하고 있다.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은 9일 기자회견에서 안보리 결의안은 레바논과 아랍의 요구를 고려해 수정돼야 한다며, 미국과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독자적인 결의안을 제출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에이피(AP)통신>이 보도했다.

1982년 침공의 되풀이?=이스라엘의 확전 결정은 1만8천여명이 희생된 비극으로 끝난 1982년 레바논 침공의 교훈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인디펜던트>가 지적했다.


82년 6월 이스라엘군 3만명이 레바논을 침공했다. 영국 주재 이스라엘 대사 암살 기도에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가 관련됐다는 명분이었다. 당시 국방장관으로 침공(갈릴리 평화작전)을 지휘한 아리엘 샤론 이스라엘 전 총리는 리타니강까지 진격해 팔레스타인해방기구가 로켓 공격을 하지 못하게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스라엘군은 결국 베이루트까지 진격해 그해 8월 팔레스타인해방기구 지휘부를 튀니지로 쫓아냈다. 이스라엘은 친이스라엘 정부의 대통령으로 세웠던 기독교 민병대의 바시르 게마엘 사령관이 암살되자, 보복으로 기독교 민병대를 동원해 팔레스타인 난민촌에서 수천명을 학살했다. 결국 다국적군이 배치됐고, 헤즈볼라가 이란·시리아의 지원을 받아 결성됐다. 미 해병대와 프랑스군은 자살폭탄 공격을 받은 뒤 철수했고, 18년 동안 남부를 점령했던 이스라엘군도 2000년 물러나야 했다. 팔레스타인해방기구가 헤즈볼라로 바뀌었을 뿐, 이스라엘군은 25년의 세월을 넘어 똑같은 역할을 되풀이하고 있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국제 많이 보는 기사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1.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2.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3.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4.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5.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