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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교황 사과 발언으로 이슬람권 반발 잦아들까?

등록 2006-09-18 00:58

로마 가톨릭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17일 이슬람을 폭력적 종교로 묘사한 것에 대해 본인이 직접 사과의 뜻을 나타냄에 따라 교황 발언의 파문이 가라앉을 지 주목되고 있다.

그러나 이슬람 군벌이 지배하는 소말리아에서 이날 이탈리아 출신 수녀가 피살되는 사건이 일어나고 교황의 사과발언을 놓고 이슬람권의 반응이 엇갈려 후유증이 계속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교황 사과 = 교황은 이날 자신의 `지하드' 발언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교황은 여름 거처인 로마 외곽 카스텔 간돌포에서 문제의 발언은 중세의 책을 인용한 것일 뿐 자신의 의견을 담은 것이 아니라면서 유감을 표명했다.

그는 문제 발언이 나왔던 자신의 독일 방문을 거론하면서 "레겐스부르크 대학 강론 가운데 몇몇 구절이 무슬림의 감정을 거슬리게 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으나 자신이 인용했던 문제 발언 내용을 취소하지는 않았다.

◇이슬람권 반응 엇갈려 = 교황 발언을 강력하게 비난했던 이집트의 `무슬림형제단'은 교황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단체의 모하메드 마흐디 아키프 대표는 "무슬림과 기독교인 간에 위기가 조성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이슬람은 다른 종교를 믿는 사람을 점잖게 대할 것을 가르친다"며 교황의 발언을 사과로 간주해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이 단체의 부대표인 모하메드 하비브도 "교황이 이슬람에 대한 자신의 생각과 비전도 설명하기를 바랐지만 이번 발언을 충분한 사과로 간주할 수 있다"며 더는 교황 발언을 문제 삼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무슬림 인구가 인도네시아 다음으로 많은 인도의 이슬람 기구도 교황의 사과 발언에 대한 수용입장을 밝혔다.

인도에서 최대 영향력을 행사하는 이슬람 단체인 전인도무슬림법위원회는 교황의 직접적인 사과 발언을 환영하면서 교황의 애초 발언이 알려진 뒤 확산되고 있는 시위를 이제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이 단체 간부인 마울라나 칼리드 라시드는 AFP통신에 교황의 사과발언은 전 세계 무슬림과 기독교인의 관계를 개선할 것이라고 환영했다.

그러나 이집트의 무슬림 성직자인 유세프 알-카라다위는 교황의 이날 사과를 적절한 사과로 볼 수 없다면서 문제 발언을 취소할 것을 요구했다.

그는 "교황의 발언은 신학을 잘 아는 사람이 할 수 없는 뜻 밖의 것으로, 이슬람에 대한 무지를 드러낸 것"이라고 비판했다.

시아파 국가인 이란은 교황의 사과 발언이 나온 이날 교황청 주재 자국 대사를 소환하는 등 대응수위를 높였다.

시아파 성직자 교육기관이 있는 이란의 쿰에서는 이날 약 500명의 학생들이 교황 발언을 규탄하는 시위를 벌였고, 금주 중 쿰과 테헤란에서 성직자들과 학생들이 참가하는 교황 발언 규탄 집회가 잇따라 열릴 예정이라고 이란 정부는 밝혔다.

◇소말리아서 이탈리아 수녀 피살 = 이날 오전(현지시간) 소말리아 수도 모가디슈의 한 아동병원에서는 현지인들을 상대로 간호 교육을 시키는 등 봉사 활동을 해온 65세 이탈리아 수녀가 피살되는 사건까지 발생했다.

무장괴한 2명은 오스트리아의 자금지원으로 설립된 SOS 아동병원에서 간호 교육을 마치고 나오던 레오넬라 스고르바티 수녀를 향해 총을 난사해 스고르바티 수녀가 가슴과 배 등에 3∼4발의 총탄을 맞고 숨졌고, 그녀의 소말리아인 경호원도 사망했다.

스고르바티 수녀는 2002년부터 소말리아에 들어가 SOS아동병원에서 다른 이탈리아 수녀 2명과 함께 간호인력을 양성하는 봉사활동을 해왔다고 이탈리아 ANSA 통신은 전했다.

이탈리아 정부는 한때 자국의 식민지였던 소말리아의 정정이 불안한 점을 들어 스고르바티 수녀 등에게 떠날 것을 권고했으나 봉사활동을 중단할 수 없다는 이유로 잔류를 고집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언론은 이슬람 민병대가 범인 2명을 체포해 범행 동기를 조사 중이라며 교황의 이슬람 비방 발언에 따른 보복공격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추정했다.

◇향후 전망 = 교황이 직접 사과 발언을 했음에도 후유증은 상당 기간 이어질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특히 일부 이슬람권 언론들이 교황의 발언을 빌미로 종교 간 대결을 부추기는 논조를 펴 사태의 심각성이 더한 상황이다.

이란의 한 신문은 이날 "교황의 거친 발언은 이슬람에 대한 새로운 십자군 전쟁의 시작을 알리는 암호"라고 주장해 이번 사태를 기독교와 이슬람 간의 충돌로 몰아가려는 듯한 논조를 폈다.

또 사우디 아라비아의 일간 알-자지라는 "유해한 발언에 대해 분명하고도 강력한 사과를 해야한다"며 "감정을 상하게 하려는 의도가 없었다거나 발언 내용이 와전됐다는 식의 해명으로는 부족하다"고 논평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에게 `묻지마'식 테러 공격을 자극하는 빌미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지난 94년 이슬람 창시자 마호메트의 신성을 모독하는 소설을 썼다는 이유로 이집트의 문호 나깁 마흐푸즈를 암살하려 했던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은 당시 경찰 조사 결과 마흐푸즈의 작품을 한 번도 읽어 보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었다.

전문가들은 마흐푸즈의 사례에서 처럼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이 교황 발언을 비판한 종교지도자들의 말을 무조건 추종해 행동하는 사례가 나타날 수 있다며 교황의 이슬람 비방 발언 파문이 그의 사과에도 불구하고 상당 기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http://blog.yonhapnews.co.kr/medium90/

박세진 특파원 parksj@yna.co.kr (카이로=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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