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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서방에 문호개방 2년9개월, 리비아를 가다

등록 2006-09-20 20:01수정 2006-09-20 22:21

리비아 수도 트리폴리의 5성급 알카비르호텔 1층 로비 전면에 걸려 있는 카다피 국가원수의 대형 사진. 개방 3년째인 리비아는 공공장소마다 카다피의 사진과 상징물이 내걸려 아직 ‘1인 체제’의 통제사회임을 느끼게 한다. 트리폴리/최익림 기자 <A href="mailto:choi21@hani.co.kr">choi21@hani.co.kr</A>
리비아 수도 트리폴리의 5성급 알카비르호텔 1층 로비 전면에 걸려 있는 카다피 국가원수의 대형 사진. 개방 3년째인 리비아는 공공장소마다 카다피의 사진과 상징물이 내걸려 아직 ‘1인 체제’의 통제사회임을 느끼게 한다. 트리폴리/최익림 기자 choi21@hani.co.kr
감시 눈빛속 히잡벗은 여성들 거리누벼
검색대 통과해야 호텔 출입허용 통제여전
밤되자 젊은이 교제로 거리들떠 개방 실감

37년 전 27살의 청년장교 카다피가 쿠데타로 집권한 리비아 아랍공화국은 2003년 12월 대량살상무기(WMD) 포기를 선언한 뒤 서방과 손을 잡았다. 미국의 오랜 경제 제재와 ‘깡패국가’라는 낙인에서 벗어나 ‘리비아식 해법’ 모델로 국제적 관심을 모으고 있는 리비아는 어떤 모습일까?

한명숙 총리가 정부 책임자로는 국교 수립 이후 처음으로 리비아를 방문한 20일 오전(한국시각), 수도 트리폴리의 티없이 드높은 하늘은 지중해 쪽빛을 그대로 머금고 있었다.

그러나 이런 첫인상은 활주로에서부터 보기 좋게 미끄러졌다. 이름은 국제공항인데 민항기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계류장 곳곳에는 낡은 전투기와 대형 수송기만 빼곡할 뿐이다. 공항청사 옆 벽면에는 총천연색으로 만들어진 ‘카다피 대위’의 대형 사진만 뎅그러니 걸려 있었다. 모든 것이 국방색으로 채워진, ‘무채색’의 병영타운이었다. 서방 세계에 편입된 징후를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총리 수행단의 한 북한 전문가는 “평양 순안공항을 찾은 것 같은 인상”이라고 말했다.

취재진 차량에는 보안요원 4명이 탔다. 이들은 숙소에까지 따라와 프레스센터 바깥에서 밤새도록 취재진을 밀착 감시했다.

리비아는 2003년 12월19일 미국·영국과 비밀협상 끝에 대량살상무기 포기를 선언하고 서방에 문호를 다시 열었다. 그러나 아직도 곳곳에 감시와 통제의 기운이 배어 있었다. 취재진 숙소인 알카비르호텔은 한 사람이 간신히 지날 수 있는 규모의 검색대를 반드시 거쳐야 드나들 수 있었다. 이곳에 정통한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지난 3년 동안 연 8.5%의 경제성장률을 보이고, 1인당 국민소득이 아프리카 상위권인 6천달러에 육박할 만큼 개방화에 성공했다는 대외적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러나 아직 사회 곳곳에 통제와 감시의 눈길은 여전하다”고 말했다.

‘1인 치하’가 오래된 탓인지 개인 우상화의 잔습도 있었다. 카다피와 면담을 원하는 외국 방문객은 누구나 반드시 카다피 원수의 부친 묘소에 헌화하도록 일정이 짜여 있다. 한 총리도 이날 오전 트리폴리 외곽에 있는 카다피 부친 묘소에 들렀다.


그러나 친서방 정책 선회 3년은 개방화의 물결을 분명히 가져왔다. 트리폴리 곳곳에는 히잡과 차도르를 벗고 젊은 남성들과 공원에서 당당히 교제하는 여성들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트리폴리 중심가의 ‘사하카드라’(그린광장)는 저녁 8시께부터 삼삼오오 짝을 이룬 젊은이들과 가족 단위의 산보객 수백명으로 가득 메워졌다. 낮에 보았던 무채색 도시 빛깔은 온데간데없었다.

중동정치 전문가인 유달승 한국외대 교수는 “리비아가 미국과 외교관계를 복원한 것을 ‘항복선언’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며 “오랜 경제 제재로 피폐해진 나라 살림살이가 대학생 등 젊은 지식인들한테 (카다피에 대한) 공격의 빌미를 제공한 것이 개방의 배경 가운데 하나”라고 해석했다. 리비아의 개방은 대화와 토론을 통해 만들어낸 리비아만의 살아남기 전략이라는 것이다. 유 교수는 “그러나 코란에 입각한 이슬람과 직접민주주의, 경제적 사회주의로 무장된 사회구조여서 개방이 급격한 문화적 충돌로까지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트리폴리/최익림 기자 choi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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