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왼쪽)이 17일 요르단강 서안 라말라에서 열린 비상내각 출범식에서 총리에 새로 임명된 살람 파야드 전 재무장관과 악수를 하고 있다. 라말라/AFP 연합
파타, 서방 지원 업고 서안서 비상내각 선언
하마스 “기존 내각 유지” 강경 속 이스라엘군 가자 진입
하마스 “기존 내각 유지” 강경 속 이스라엘군 가자 진입
분단 위기에 처한 팔레스타인에 두 개의 내각이 들어섰다.
서방의 지원을 받는 파타 쪽의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은 17일 살람 파야드(52) 전 재무장관을 새 총리로 하는 비상내각 출범을 선언했다. 아바스 수반은 즉각 하마스 소속 무장세력을 불법화했다고 <에이피>(AP) 통신 등이 보도했다. 무소속인 파야드 전 장관은 미국 텍사스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고 세계은행과 국제통화기금(IMF)에서도 오래 근무한 미국통이다.
그러나 파타 세력을 몰아내고 가자지구를 점령한 하마스는 아바스 수반의 내각해산 명령을 거부하고 이스마일 하니야 총리의 기존 내각을 유지할 것이라고 이미 선언했다. 가자지구에 하마스 내각, 요르단강 서안에 파타 내각 등 팔레스타인에 사실상 두 개의 정부가 들어서게 됐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즉각 파야드가 이끄는 비상내각 지지를 선언했다. 조지 부시 미 대통령과 팔레스타인 문제를 논의하러 16일 미국에 간 에후드 올메르트 이스라엘 총리는 파야드 총리 새 내각을 “파트너”로 여긴다고 말했다. 예루살렘 주재 미국 총영사인 제이컵 월리스는 “새 정부는 미국의 완전한 지지를 받을 것이며, 새 정부와 일하는 데 어떤 장애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19일 정상회담에서 요르단강 서안의 파타 정부를 지지하고, 가자의 하마스를 더욱 압박하는 분할통치 정책 마련에 동의할 것이라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가자를 뺀 서안 지역에 대해 경제제재를 곧 해제할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이스라엘은 17일 국경지대에 인접한 가자지구 내에 병력을 진입시켜 위기감을 고조시켰다. 엡흐라인 스네흐 이스라엘 국방부 부장관은 공영 라디오에 나와 “이번 군배치는 예방적인 성격이며, 현재로선 가자 내부에서 공격에 나서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에이피> 등이 전했다. 가자 내부에 들어간 이스라엘 병력 규모 등은 아직 전해지지 않았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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