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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현지어 통역자도 없이 협상 제대로 되겠나?”

등록 2007-08-05 19:55수정 2007-08-05 19:59

강경란 피디의 아프간 통신
강경란 피디의 아프간 통신
가즈니주 원로 “아프간 정부 통해서만 소통” 한탄
“탈레반에 영향 행사할 파키스탄 인사 동원” 충고
“아프간 지역 원로들은 한국 협상단을 직접 만난 적이 없다. 모든 소통은 아프간 정부를 통해서만 이뤄질 뿐이다. 한국 협상단은 현지어를 구사하는 통역도 없이 아프간 정부의 영어 통역자에 의존하고 있다.”

4일 칸다하르에 도착한 직후 접촉한 가즈니 지역 원로가 전화통화에서 한 말이다. 그는 탈레반 쪽에서도 권위를 인정하는 저명인사다. 협상단과 탈레반 사이를 오가는 현지 원로 가운데 한 명이다.

그는 한국 협상단이 자신들을 직접 만나자고 제의해온 적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물론 만나고 싶어도 아프간 정부 협상단이 막았을 것이다. 설령 직접 만난다고 한들 말도 통하지 않고 서로를 이해하지도 못하는데 무슨 얘기를 하겠는가”라고 덧붙였다.

현재 가즈니 지역 원로들은 협상에서 핵심적 구실을 하고 있다. 현재까지 이뤄진 모든 접촉은 한국 협상단이 아프간 정부 협상단을 통해 이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면, 이들이 탈레반에게 다시 전하는 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한 소식통은 “한국 협상단은 나토군이 운영하는 가즈니주 재건단(PRT) 밖으로 전혀 나오지 않고 있다”고 한국협상단이 처해있는 현실을 전했다.

협상 자체의 어려움과 한국 정부 협상단이 처한 고립무원의 처지로 인질 석방의 실마리를 찾기는 매우 힘들어 보인다. 그렇다면 협상단은 이 시점에서 누구를, 어떤 경로를 통해 접촉해야 할 것인가?

현지 전문가들은 한국인 인질 사태 배후조종 세력이 파키스탄정보부(ISI)와 연계된 국경의 탈레반 세력일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미라주딘 파탄 가즈니주 지사도 지난 2일 한 라디오방송에서 “초기에는 아프간 지역의 탈레반이 상황을 주도했으나 며칠 뒤 파키스탄 내부의 탈레반과 파키스탄정보부가 영향력을 행사해 사정이 힘들게 돌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런 만큼, 파키스탄에서 탈레반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인물들, 특히 탈레반의 산실인 ‘아코라 카탁’ 마드라사의 교장 사미울라 학 또는 파키스탄의 종교지도자인 물라나 파졸 라흐만 등이 첫번째 교섭 대상으로 거론된다. 또 파키스탄 국경도시 케타 등에 근거를 두고 있는 탈레반 고위간부와 저명 인사들을 동원하는 것도 시급하다.


가즈니주 탈레반 주지사인 아부 나세르를 통한 협상도 긴요하다. 최근까지 케타에 머물던 아부 나세르는 현재 가즈니 지역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탈레반은 국경에 거주하는 물라 오마르를 비롯한 최고위 간부들이 남부지역의 주지사를 임명하고, 이 주지사가 각 지역 사령관을 임명하는 등 상당히 세분화된 조직체계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따라서 가즈니 지역 탈레반 중간간부인 압둘라 잔(아부 만수르)은 상관인 주지사의 명령을 거부하기 어렵다. 주지사의 결정이 인질석방 여부를 결정할 수 있을 지도 모른다는 추측이다.

칸다하르/강경란

분쟁 취재 전문 프리랜서 피디(FNS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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