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나지르 부토 전 파키스탄 총리가 5일 카라치에서 아버지 줄피카르 알리 부토 전(前) 대통령의 사진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카라치/AP 연합
'부토에게 국가 비상사태는 없다?'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한 페르베즈 무샤라프 대통령이 계엄에 준하는 철권통치로 반정부 세력을 억누르고 있지만 반정부투쟁의 핵심 인물인 베나지르 부토 전 총리만은 상당한 특혜(?)를 누리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부토에게만 적용되는 이런 특별대우를 놓고 무샤라프와 부토 사이에 밀약이 존재하는 게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가 점점 더 짙어지고 있다.
무샤라프는 지난 3일 비상사태 선포 직후 이프티카르 초우더리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 전원을 해임하고 주요 야당 지도자와 반체제 인사에 대한 대대적인 검거와 연금에 나섰다.
그러나 무샤라프는 정작 최대 정적이 될 소지가 큰 부토에게만은 비상사태 초기에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고 부토 역시 두바이에서 돌아온 뒤 한동안 침묵했다.
부토가 대규모 대중집회를 열겠다고 했을 당시 잠시동안 가택연금 조치가 취해지기는 했지만 불과 하루만에 해제됐다.
더욱이 잠시동안의 가택연금마저도 다른 야당 지도자나 반체제 인사와는 달리 느슨하기 짝이 없었고 부토는 자신의 집에서 600m나 떨어진 곳까지 차를 몰고 나와 경찰 저지선을 뚫겠다는 제스처를 취하기도 했다.
이후 부토는 이슬라마바드 시내를 활보하며 언론인들의 집회에 참석하는가 하면 초우더리 전 대법원장과의 면담을 시도하기도 했다.
또 여보란듯 상원 라운지에서 파키스탄 주재 외교관들을 불러놓고 파키스탄 정국에 대한 호소를 하기도 했다. 특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라왈핀디에서 열기로 했던 첫번째 대중집회가 정부측 방해로 무산된 뒤 두번째 집회 예정지인 라호르로 향하는 길에는 경찰의 특별 경호팀까지 따라붙었다. 특히 부토가 이동하는 장소에는 사전에 경찰관들이 깔려 안전점검을 하는 등 대정부 투쟁에 나선 야당 지도자치고는 분에 넘치는 대접(?)을 받기도 했다. 물론 반정부 투쟁의 선봉에 선 부토에게 쏠린 전 세계의 이목이 무샤라프로 하여금 이런 특별대우를 가능케 했다는 분석도 있다. 또 일각에서는 부토의 발까지 묶을 경우 예상되는 국제사회의 강한 압박과 지지자들의 거센 동요도 의식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런 상황들을 감안하더라도 부토에 대한 특혜가 상식 수준을 넘어설 만큼 지나치다는 분석이다. 더욱이 부토는 무샤라프의 비상사태 선포를 강력하게 성토하면서도 정작 무샤라프와의 '권력분점' 협상을 중단하겠다는 말은 절대로 입밖에 내지 않고 있다. 이런 부분이 바로 무샤라프와 부토가 표면상으로는 충돌하고 있지만 실상은 뒷거래를 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증거라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따라서 라호르에서 이슬라마바드까지 '대장정' 집회를 막기 위한 두번째 가택연금 조치 이후에도 부토가 아무일 없었다는 듯 풀려나 '제자리 걸음'에 그치는 반정부 활동을 지속할지 유심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현지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김상훈 특파원 meolakim@yna.co.kr (뉴델리=연합뉴스)
또 여보란듯 상원 라운지에서 파키스탄 주재 외교관들을 불러놓고 파키스탄 정국에 대한 호소를 하기도 했다. 특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라왈핀디에서 열기로 했던 첫번째 대중집회가 정부측 방해로 무산된 뒤 두번째 집회 예정지인 라호르로 향하는 길에는 경찰의 특별 경호팀까지 따라붙었다. 특히 부토가 이동하는 장소에는 사전에 경찰관들이 깔려 안전점검을 하는 등 대정부 투쟁에 나선 야당 지도자치고는 분에 넘치는 대접(?)을 받기도 했다. 물론 반정부 투쟁의 선봉에 선 부토에게 쏠린 전 세계의 이목이 무샤라프로 하여금 이런 특별대우를 가능케 했다는 분석도 있다. 또 일각에서는 부토의 발까지 묶을 경우 예상되는 국제사회의 강한 압박과 지지자들의 거센 동요도 의식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런 상황들을 감안하더라도 부토에 대한 특혜가 상식 수준을 넘어설 만큼 지나치다는 분석이다. 더욱이 부토는 무샤라프의 비상사태 선포를 강력하게 성토하면서도 정작 무샤라프와의 '권력분점' 협상을 중단하겠다는 말은 절대로 입밖에 내지 않고 있다. 이런 부분이 바로 무샤라프와 부토가 표면상으로는 충돌하고 있지만 실상은 뒷거래를 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증거라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따라서 라호르에서 이슬라마바드까지 '대장정' 집회를 막기 위한 두번째 가택연금 조치 이후에도 부토가 아무일 없었다는 듯 풀려나 '제자리 걸음'에 그치는 반정부 활동을 지속할지 유심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현지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김상훈 특파원 meolakim@yna.co.kr (뉴델리=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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