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맨 왼쪽)이 11일 이스라엘의 시몬 페레스 대통령(가운데), 에후드 올메르트 총리와 함께 유대교 모자를 쓰고 예루살렘의 홀로코스트(나치의 유대인 집단학살) 기념관을 방문하고 있다. 예루살렘/AP 연합
이례적 단호한 표현 눈길
“유대인 정착촌도 철거”
현안 비켜가 해결 의문
“유대인 정착촌도 철거”
현안 비켜가 해결 의문
중동을 방문한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이스라엘이) 1967년 시작한 점령을 끝내야 한다”고 말했다. 중동 문제의 뿌리로 지목되는 이-팔 분쟁을 종식하고 팔레스타인 독립국가 건설 협상을 임기 안에 매듭짓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으로, 이스라엘에 대해 결단을 요구한 것이다.
부시 대통령은 10일 미국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도 라말라를 방문하고 예루살렘에 돌아와 연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하면서 “이스라엘이 유대인들 조국인 것처럼 팔레스타인은 팔레스타인인들의 조국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에후드 올메르트 이스라엘 총리와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이 올해 안에 체결하기로 약속한 평화협정은 1967년 3차 중동전쟁 이전 상태로의 복귀와 서안지구를 중심으로 한 팔레스타인 독립국가 성립을 담아야 한다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셈이다.
부시 대통령은 앞서 아바스 수반과 연 공동기자회견에서 “영토를 그을 때 (구멍이 숭숭 뚫린) 스위스 치즈처럼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서안지구에 산재한 유대인 정착촌의 철거를 촉구한 것이다. 동예루살렘과 서안지구에는 유대인 40여만명이 정착촌을 만들어 살고 있다. 이와 함께 1948년 이스라엘의 건국 과정에서 쫓겨난 팔레스타인 난민에 대한 보상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워싱턴포스트>는 부시 대통령이 이스라엘한테는 불편한 ‘점령’이라는 표현을 쓰며 문제 해결의 의지를 보였다고 분석했다. 부시 대통령은 11일 쿠웨이트로 떠나면서 이스라엘 건국 60돌이 되는 5월에 다시 와 건국을 축하하고 평화협상 진전을 점검하겠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 “평화협상 가능성에 대한 긍정적 메시지를 지니고 떠난다”고 말했다.
그러나 ‘명쾌한’ 해법 제시에도 불구하고 60년간 이어진 이-팔 분쟁은 양상이 단순하지 않아, 돌파구가 마련될지 의구심은 여전하다. 부시 대통령은 이스라엘과 아랍세계가 이미 얼개를 그린 ‘1967년 이전으로의 복귀’ 이상의 해법을 제시하지는 못 했다. 가장 이견이 큰 대목은 이·팔이 모두 수도로 주장하는 예루살렘을 어떻게 할 것인가다. 부시 대통령은 이 질문에 “평화로 가는 길에 놓인 가장 어려운 문제 중 하나”라며 얼버무렸다. 파타당이 이끄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와 갈라선 하마스가 통치하는 가자지구에 대한 언급도 없었다. 이·팔 양쪽도 그의 ‘긍정’에 어울릴 만한 화답을 내놓지 않았다.
부시 대통령은 이번 방문에서 과거보다는 팔레스타인의 처지에 공감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검문소 문제에 대해 팔레스타인인들의 좌절감을 언급하면서도 치안에 필요하다고 말하는 등, 핵심 우방인 이스라엘을 두둔하는 태도는 여전했다. 난민 보상금도 언뜻 전향적 제안으로 보이지만, 본질적으로는 난민들의 이스라엘 귀환을 막겠다는 복선이 깔려 있다.
미국은 유대인 정착촌 철거 조건으로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무장단체에 대한 통제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아바스 수반이 무장단체들을 제압할 능력이 거의 없어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질 가능성이 짙다. 이스라엘은 지난해 11월 평화협정 추진 합의에도 예루살렘과 베들레햄 사이의 정착촌 건설을 강행하고 있다. 이스라엘 영토 안으로 난민들을 자유의사에 따라 돌려보내야 한다고 주장하는 하마스는 “아바스와 부시의 어떤 합의도 거부한다”고 밝혔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자치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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