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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테헤란의 밤하늘에 울려 퍼지는 “알라 아크바르”

등록 2009-06-28 19:03

테헤란 남부 발리에 아스르 광장. 이란 정부가 개혁파들의 시위를 강경진압한 뒤 겉으로는 평온해 보인다. 하지만 이곳에선 대선 전인 지난 8일 개혁파 후보 미르 호세인 무사비 지지자들이 19㎞에 걸쳐 인간사슬을 만들어 개혁 열망을 표현했고, 대선 이후엔 선거부정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테헤란/유달승 교수
테헤란 남부 발리에 아스르 광장. 이란 정부가 개혁파들의 시위를 강경진압한 뒤 겉으로는 평온해 보인다. 하지만 이곳에선 대선 전인 지난 8일 개혁파 후보 미르 호세인 무사비 지지자들이 19㎞에 걸쳐 인간사슬을 만들어 개혁 열망을 표현했고, 대선 이후엔 선거부정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테헤란/유달승 교수
유달승의 테헤란 리포트 ①
이란의 테헤란에 머물고 있는 유달승 한국외대 이란어과 교수가 대규모 시위와 강경진압 이후 현지 표정을 <한겨레>에 전해 왔다. 유 교수는 테헤란대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고 이란 정치·사회를 연구해 왔다.

곳곳 소규모 시위…“신은 위대하다” 시민들 구호
광장옆 전통찻집선 선거결과 주제로 열띤 토론

지난 24일 1년 만에 다시 이란 땅을 밟았다. 이맘 호메이니 공항에 내려 택시를 타고 테헤란으로 향하며 본 거리 풍경은 변한 것이 없어 보였지만, 사람들의 눈빛은 달라보였다.

테헤란의 발리 아스르(Vali Asr) 광장은 무사비 ‘녹색 바람’의 중심지였고 부정선거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가 일어났던 곳이다. 녹색 깃발을 단 자동차들이 지나가고는 있지만 그날의 열기와 분노는 찾아볼 수 없었다. 광장 부근 신발 가게 주인 압바스가 “요즘은 조용해서 살만 하다”고 말했다. 그때 지나가는 행인이 거세게 항의했다. “당신은 이 땅의 국민이 아닙니까?” 표면적으로는 평온을 되찾은 듯했지만 아직도 저항의 불씨는 사라지지 않았다.

지난 12일 제10대 이란 대통령 선거 이후 이란에서 나타난 대규모 시위는 1979년 이슬람혁명 이후 최대 규모였다. 19일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의 연설 이후 정부의 강경대응으로 대규모 시위는 벌어지지 않고 있지만, 이번 사태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곳곳에서 소규모 시위는 계속되고 있다. 그들은 왜 그리고 무엇을 위해 거리로 뛰어나왔을까?

우선, 많은 이란인들은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면서 선거 결과를 ‘선거 쿠데타’로 규정한다. 대선 이전 무사비 열풍은 이란 전역을 뒤덮었고 많은 이들이 개혁파 후보 미르 호세인 무사비의 당선을 기정사실로 믿었다. 지난 8일 테헤란의 중심지인 발리 아스르 거리에서 벌어진 19 ㎞에 걸친 인간사슬 잇기는 이를 반영한다. 테헤란의 남과 북을 가로 지르는 가장 긴 거리인 발리 아스르는 이슬람 시아파의 제12대 이맘 마흐디를 의미한다. 이슬람혁명 이전에는 팔레비 거리로 불렸던 이 곳은 이란 현대사를 상징한다.

다음으로, ‘이슬람 정부론’과 ‘이슬람 공화국론’의 대립과 갈등이다. 이란은 1979년 이슬람혁명 이후 이슬람공화국이라는 독특한 정치체제를 수립했다. 이슬람은 체제의 내용을 의미하고 공화국은 체제의 형태를 나타내는데, 구체적 정책과 노선을 둘러싸고 크게 두 세력으로 구분된다. ‘이슬람 정부론’ 진영은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와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을 중심으로 최고지도자의 절대 권력을 강조하면서 ‘이슬람 법학자 절대통치론’을 주장하고 있다. 그들은 최고지도자를 신의 대리인으로 규정한다. 반면 무사비와 카루비, 아크바르 하셰미 라프산자니 전문가회의 의장, 모하마드 하타미 전 대통령이 중심이된 ‘이슬람 공화국론’ 진영은 공화국 체제를 강조하면서 전문가회의를 통해 최고지도자의 지위를 견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들은 이번 사태를 이란 민주주의의 위기로 규정하고 있다.

테헤란에 저녁 노을이 질 무렵 타즈리쉬(Tajrish) 광장 부근에 있는 전통찻집에 들어갔다. 이란인들이 물담배를 피우며 홍차를 마시기 위해 모여들기 시작했다. 이들은 다양한 주제에 대해 열띤 토론의 꽃을 피우고 있었고, 최대 이슈는 당연히 이번 대선 이후 시위에 대한 논쟁이었다. “최고지도자의 뜻에 따라 이제는 끝내야 해.” “부정선거 의혹은 아직 해결되지 않았잖아.” “시위는 정당한 권리야.” 뿌연 담배연기 속에 그들의 꿈과 희망도 함께 날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열띤 토론 문화는 또 다른 변화의 시작을 의미했다.



유달승 한국외대 이란어과 교수
유달승 한국외대 이란어과 교수
밤 10시경 테헤란 곳곳의 지붕 위에서 “알라 아크바르(신은 위대하다)”를 외치는 시민들의 함성이 들려왔다. 원래 이러한 시위문화는 팔레비 왕정의 공포정치에 대한 두려움 속에서 시작됐다. 처음에는 소극적인 저항운동에 불과했지만 서서히 확산된 그들의 외침은 거대한 열풍이 됐고, 마침내 팔레비 철권통치를 종식시킨 원동력이 되었다. 이슬람혁명 이후 또다시 그때의 광경이 재현된 것이다. 한곳에서 시작된 함성은 점차 테헤란의 밤하늘로 높이 높이 퍼져나갔다. 그들의 함성과 함께 테헤란의 밤은 깊어만 갔다.

유달승 한국외대 이란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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