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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두려움의 벽이 무너졌다” 시민들 격렬 저항

등록 2011-01-28 20:21수정 2011-01-29 01:33

카이로 등 전국 도심서 “무바라크 물러나라”
경찰 고무탄 쏘며 진압, 엘바라데이 물대포 맞아
정부 인터넷·트위터 차단
‘분노의 금요일’ 최대규모 시위

마침내 거대한 둑이 터지는 걸까.

<에이피>(AP) 통신은 28일(현지시각) 나흘째 벌어진 이집트 반정부 시위 상황을 시시각각 전하면서 “최근 시위에서 가장 극적인 상황 전개”라고 표현했다. 최대 숫자가 시위에 결집한 이날을 이집트인들은 ‘분노의 금요일’이라 불렀다. 카이로 시내에 군인들이 목격되고 있다는 보도와 함께 시위대 사이에서는 무바라크가 국외로 탈출했다는 소문이 퍼졌다. 당국은 휴일 기도를 마친 시민들이 대규모 시위대로 돌변할까 봐 수도 카이로를 비롯한 주요 도시의 대규모 이슬람 사원을 폐쇄하는 등 경계를 강화했으나 민주화 열기를 잠재우지는 못했다.

야권의 지도자 가운데 하나인 무함마드 엘바라데이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이 전날인 27일 귀국 기자회견에서 한 말은 이집트 국민의 분위기를 보여주는 듯하다. “이제 두려움의 벽이 무너졌다. 변화의 도정에서 후퇴는 없다.”

이집트 정부의 초조감은 이날 시위에 참여한 엘바라데이에게 직접 물대포를 쏘아댄 데에서도 드러난다. 경찰은 엘바라데이를 보호하기 위해 둘러쌌던 지지자들을 진압봉으로 구타했다고 <에이피> 통신은 전했다. 물에 흠뻑 젖은 엘바라데이와 지지자들은 카이로의 유명 사원 중 하나인 알아즈하르 모스크에 한때 갇혀 있었다. 경찰이 모스크를 포위하고 최루탄을 터뜨려 밖으로 나가는 것을 막았기 때문이다. 사복 경찰관들은 시위대를 체포하며 시내 중심인 타흐리르 광장으로의 접근을 차단하느라 부심했으며, 이에 맞서 성난 시민들은 타흐리르 광장이 내려다보이는 고가도로를 점거하고 경비병력을 향해 돌팔매질을 하는 장면이 현지 티브이를 통해 방영됐다. 그동안 정부의 통제 속에 침묵했던 신문들도 전날 카이로, 수에즈 등지에서 발생한 시위 소식과 함께 7명의 희생자 사진을 실어 반정부 시위를 고무했다.

카이로의 모한디신 거리에서는 약 1만명이 모여 “물러나라, 물러나라, 무바라크”라고 외쳤으며, 시위대는 나중에 2만명까지 늘었다. 거리 주변의 건물과 아파트에서는 주민들이 창문을 통해 시위대에 휘파람을 불고 손을 흔들어 지지의사를 나타내는가 하면, 최루탄 가스에 괴로워하는 시위대에게 물과 레몬을 던져줘 무바라크에 등 돌린 민심을 그대로 드러냈다. 람세스광장에서는 경찰이 모스크 안에 최루탄과 고무총탄을 발사했고, 모스크 시설과 몇대의 차량들이 불에 타기도 했다. 또 <알자지라 티브이>는 수천명의 시위대가 남부 알미니아의 주요 사원에 모여 있는 모습을 방영했으며, 카이로 인근 이스마일리아에서는 시위대가 집권 여당인 국민민주당(NDP) 사무실로 몰려들었다. 제2의 도시 알렉산드리아에서도 시위대 수천명과 경찰이 충돌했으며, 시나이 지역과 수에즈 등 이집트 곳곳에서 시위가 일어났다.

이집트 정부는 튀니지 재스민 혁명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이날 시위대의 연락수단으로 쓰이는 인터넷과 휴대전화 서비스를 차단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그러나 외국에 거주하는 이집트인들은 본국에 있는 지인들의 전화로 소식을 전해들으며 이를 트위터나 페이스북을 통해 널리 알리고 있었다. 나흘째 이어진 이집트 시위 과정에서 정부는 7명이 사망했다고 밝혔으나, 이날의 격렬한 시위로 희생자 2명이 추가로 발생한 것으로 보도됐으며, 앞으로 충돌이 격화될수록 희생자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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