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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주검으로 발견된 교사·총탄 맞은 10대소녀·피범벅된 청년들…

등록 2011-02-09 19:23수정 2011-02-10 09:52

이집트 민주화 이끄는 희생자들의 얼굴
시위 도중 스러진 시민들 사연 알려지며 분노 확산
이집트 중부 도시 소하그에 사는 스물세살 처녀 샐리 자흐란은 지난달 28일 시위대를 따라 처음 거리에 나섰다.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전국적인 시위가 나흘째로 접어드는 날이었다. 그의 친구 알리 소흐비는 “이날은 금요일이라 주변에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에 친구가 안전할 거라 생각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정치활동가는 아니지만, 이집트가 변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평범한 젊은이였다.

8일 자흐란의 얼굴은 ‘이집트 혁명’의 성지로 떠오른 카이로 타흐리르 광장 입구에 걸렸다. 그의 사진 옆으로 이번 시위로 숨진 다른 7명의 사진이 함께 걸렸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그중 몇몇은 심한 구타로 피범벅이 된 얼굴이었다. 자흐란은 시위대를 막기 위해 동원한 친무바라크 폭력배들에게 맞아 숨졌다. 죽은 이들의 사진 밑에는 “이들의 피는 헛되지 않다”는 글귀가 적혔다.

무바라크 대통령을 벼랑 끝으로 몰고 있는 이집트 시위가 보름째로 접어들면서 300여명이 넘는 것으로 추정되는 희생자들의 사연이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2003년 설립된 이집트의 독립 언론 <알마스리 알요움>은 ‘죽은자의 얼굴’이라는 칼럼을 통해 이번 시위 과정에서 숨진 이들의 사연을 보도하는 중이다. 희생자의 수는 실시간으로 타흐리르 광장에서 집계 중이지만, 공안 기관의 비협조와 조사 방해로 피해 규모가 확정되려면 꽤 많은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비주얼 아티스트이자 교사인 아흐메드 바시오니(27)는 시위 초기부터 타흐리르 광장을 떠나지 않았다. 그는 최루가스와 경찰의 폭력적 진압의 위험 속에서도 역사의 현장을 후세에 전하기 위해 비디오 카메라를 들고 매일 거리로 나섰다. 그는 친구들과 가난, 높은 식량가격, 광범위한 부패 등 이집트가 안고 있는 많은 문제들을 놓고 열띤 토론을 했다. 갤러리를 운영하는 그의 친구 모하메드 알람은 “그가 원한 것은 싸우고 기록하는 것이었다”며 “친구가 보인 열정에 놀랐다”고 말했다. 그는 1월28일 시위 도중 친구들과 헤어진 뒤, 3일 뒤 병원에서 주검으로 발견됐다. 그는 경찰이 쏜 고무 총탄에 머리를 맞아 쓰러진 뒤, 지나가던 차에 치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페이스북에 남긴 마지막 메시지에서 “그들이 전쟁을 원한다면, 우리는 희망을 원한다. 나는 우리나라의 존엄을 되찾으려는 것 뿐이다”라고 썼다.

알렉산드리아에 사는 아미라 엘사이드(16)는 친구 집 창문을 통해 시위 광경을 지켜보다가 유리창을 깨고 날아든 총탄에 맞아 숨졌다. 주변 경찰서 옥상에서 시민들의 시위 참여를 막기 위해 쏘아댄 위협 사격이었다. 이튿날 부친 사미르는 과학자가 되는 게 꿈이었던 딸의 주검을 묻었다. 그는 “아미라를 죽음으로 몬 자들은 그들의 범죄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며 이번 시위 과정에서 숨진 이들의 유족들과 힘을 합쳐 정부와 싸우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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