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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9천명 학살 기간 “아마존에서 퐁듀 세트 시키라”

등록 2012-03-15 14:37수정 2012-03-15 14:46

시리아 대통령 바샤르 아사드의 학살 기간 호화로운 생활이 해킹된 이메일을 통해 드러났다. 한겨레 자료사진
시리아 대통령 바샤르 아사드의 학살 기간 호화로운 생활이 해킹된 이메일을 통해 드러났다. 한겨레 자료사진
시리아 독재자 아사드의 생활, 해킹된 이메일로 드러나
부인도 온라인 쇼핑으로 수천달러짜리 제품 구입
시리아 개혁조처에 대해서는 “쓰레기 같은 법률들”
 1980년 5월 ‘광주의 학살’ 기간 동안 전두환 전 대통령 부부가 호화로운 생활을 즐겼다는 사실이 확인됐다면, 우리는 어떤 기분일까? 

 지난 1년 동안 9천명 가까운 자국인들을 학살한 바샤르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과 그의 아내가 민주화와 개혁을 요구하는 국민들의 요구를 뒤로하고 매우 호화로운 생활을 즐겼으며, 마지못해 수용한 일부 개혁 조처들에 대해 “쓰레기 같은 법률들”이라고 평했다고 영국 <가디언>이 14일 보도했다. 이같은 사실은 시리아 반정부 단체인 최고혁명평의회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2월까지 아사드와 그의 아내의 이메일 계정에 침입해 확보한 메일 3천여통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확인됐다.

 아사드의 부인은 지난 1년 동안 온라인 쇼핑으로 디자이너가 만든 수천달러짜리 제품들을 구입했고, 아사드도 프랑스 파리에서 1만 파운드를 들여 촛대, 샹들리에, 테이블 세트 등을 구입했다. 아사드는 미국에 주소가 있는 제3자의 명의로 애플 아이튠스를 통해 음악과 앱들을 다운받기도 했다. 그는 보좌관에게 아마존에서 퐁듀(치즈를 녹여 빵에 찍어 먹는 요리) 세트를 시키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아사드가 개인 물품들을 사들이기 위해 활용한 통로는 두바이에 주소를 둔 기업 ‘알 샤흐바’의 영국 사무소였다. <가디언>은 “(이는) 아사드 대통령 일가가 점점 고조되는 국내 위기로부터 완전히 단절돼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아사드 대통령은 시리아 국민들이 요구하는 개혁 조처들에 대해 매우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갈등을 무마하기 위해 수용한 일부 개혁 조처에 대해 “정당, 선거, 언론에 대한 쓰레기 같은 법률들”이라고 평했다. 시리아는 이스라엘과 전쟁 중이라는 이유로 지금까지 집권 바트당의 일당 독재를 유지해왔지만 지난 2월 말 헌법 개정을 통해 복수 정당제를 허용하고, 대통령의 임기를 7년 연임으로 한정했다. 그러나 이 조항은 현직 대통령에게는 소급 적용되지 않아, 2014년 임기가 끝나는 아사드는 최대 2028년까지 권좌에 머무를 수 있다.

 그 밖에 아사드는 국가의 공식적인 정보기관으로부터 독립된 개인 비선 조직을 통해 정보를 제공받고 있었고, 최근의 상황 타개를 위해 이란으로부터 조언을 받았으며, 카타르 국왕의 딸로부터 “시리아를 떠나 도하로 오라”는 망명 제의를 받기도 했다. 지난해 11월 반군에 장악돼 있던 시리아 제3의 도시 홈즈에서 취재를 이어가고 있는 서구 언론인들에 대해 보고받은 뒤 “감시 태세를 더 강화할 것”을 지시하기도 했다. 결국 홈즈를 겨냥한 정부군의 폭격으로 서구 언론인 2명이 사망했다. 그러면서도 국제적인 비난 속에서 자신이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언론 대책반을 따로 구성해 조언을 듣기도 했다. <가디언>은 “이번에 공개된 이메일은 국내적인 위기에 직면한 아사드의 내면을 알 수 있는 매우 드문 통로”이라며 “그가 자기 연민, 자신감, 경솔함 사이에서 요동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 내용을 보도하게 된 경위에 대해 <가디언>은 “메일들의 진위 여부를 검증하려 애쓴 끝에 진본이라는 판단 내리고 폭로를 결심했다”며 “그러나 메일에 나온 모든 내용을 확인하진 못했다”고 밝혔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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