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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주검 손 어깨 얹고 낄낄…미국 또 발칵

등록 2012-04-19 21:01수정 2012-04-20 11:21

미국 가 18일 보도한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의 주검 희롱 사진. 미 육군 제82공중강습사단 대원이 사망한 아프간 반군의 손을 자신의 어깨에 걸쳐놓은 채 웃고 있다.
미국 가 18일 보도한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의 주검 희롱 사진. 미 육군 제82공중강습사단 대원이 사망한 아프간 반군의 손을 자신의 어깨에 걸쳐놓은 채 웃고 있다.
자폭공격에 숨진 반군 주검 붙잡고 기념 촬영해
LA타임스, 관련 사진 18장 확보한 뒤 일부 공개
미국 즉각 사과…탈레반 “비인간적 행위 보복”
2010년 2월, 미국 육군 제82공중강습사단 대원들이 아프가니스탄 남동부에 자리한 자불주의 한 경찰서에 도착했다. 경찰서에는 자살폭탄 공격으로 숨진 아프간 반군의 주검이 수습돼 있었다. 그들은 반군의 신원 확인을 위해 눈의 홍채 정보를 확인하고 지문을 채취했다.

사고는 다음에 이어졌다. 병사들이 너덜너덜해진 주검의 다리를 붙잡고 낄낄거리며 사진을 찍은 것이다. 이들은 몇달 뒤 자신들이 갖고 있던 폭탄이 터져 숨진 아프간 반군 세명의 주검을 확인하는 과정에서도 숨진 이의 손을 어깨에 올려놓는 등 주검을 희롱하며 사진을 찍었다. 18일 이 사진을 공개한 미국 <로스앤젤레스 타임스>는 “아프간에서 벌어지고 있는 미군의 리더십 손상과 군기의 상실을 우려하는 한 병사로부터 18장의 사진을 확보해 (그중 일부를) 공개하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미공개 사진 중에는 미군들이 주검의 잘려나간 팔을 잡고 가운뎃손가락을 세우거나, ‘좀비 사냥꾼’이라는 팻말을 사용한 것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신문은 이번에 사고가 터진 제82공중강습사단(규모 3500명) 소속 부대원 가운데 35명이 아프간에서 숨졌고, 그중 23명이 사제폭탄 또는 자살폭탄 공격으로 숨졌다고 밝혔다.

미국은 즉각 사과하며 사태의 조기 수습에 나섰다. 리언 파네타 미 국방장관은 18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회의가 열린 벨기에 브뤼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공식 사과했다. 그는 “이 사진들은 우리의 규정뿐 아니라 우리의 핵심 가치들과 어긋나는 것으로 우리의 참모습이 아니다”라며 “전쟁은 추악하고 폭력적인 것이고 젊은이들은 때때로 멍청한 일을 저지르기도 하지만 그들의 행동은 용납될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백악관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철저한 조사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은 아프간이라는 거대한 수렁에 빠진 미국의 시름을 한층 더 깊게 할 전망이다. 2001년 시작된 아프간 전쟁이 10년 넘게 장기화하며, 비슷한 군기 위반 사고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그때마다 적잖은 인명 손실이 있었다. 지난 1월엔 미 해병이 아프간인의 주검에 소변을 보는 동영상이 노출됐고, 2월에는 코란 소각 사태가 터졌다. 이후 벌어진 아프간인들의 대규모 시위로 6명의 미국인을 포함해 30명이 숨졌다. 지난달에는 아프간 민간인 17명의 목숨을 앗아간 총기 난사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미군 당국은 사진 공개로 인한 불필요한 희생을 막아야 한다며 <로스앤젤레스 타임스>에 사진을 보도하지 말아줄 것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탈레반은 바로 성명을 내 “미국인 침략군과 그들의 무지몽매한 노예들이 저지른 잔인하고도 비인간적인 행위를 강력히 규탄한다”며 보복을 다짐했다.

<뉴욕 타임스>는 “최근 잇따르는 군기 사고는 미 군대의 등뼈를 이루며 18~19살짜리 신병들을 훈련하고 규율해야 하는 부사관들이 전쟁의 장기화로 지쳤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더 효율적인 아프간 ‘출구 전략’을 요구하는 미국 내 여론이 더 거세질 전망이다.

아프간에 10만명 넘게 파병했던 미국은 지난해 7월부터 단계적 철군을 시작했으며, 2014년까지 철군을 완료할 계획을 잡아두고 있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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