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무슬림형제단 서로 승리 주장
알자지라 “누가 승리자인지 혼란”
‘군 승리’ 발표땐 유혈투쟁 불보듯
시민들, 군부에 맞서 장기전 대비
알자지라 “누가 승리자인지 혼란”
‘군 승리’ 발표땐 유혈투쟁 불보듯
시민들, 군부에 맞서 장기전 대비
카이로에 사는 이집트 사업가 마그디 니마탈라(47)는 19일 저녁 이집트 혁명의 상징인 타흐리르 광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광장엔 벌써 적잖은 사람들이 모여들어 군부 퇴진을 요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었다. 그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인터뷰에서 “거짓 투표로 선출된 다른 대통령(샤피끄)은 보고 싶지 않다”며 “우리는 광장을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외쳤다. 지난해 2월 해방구가 됐던 이집트 혁명의 상징인 타흐리르 광장에는 이날 저녁 다시 수만명의 인파가 몰려들었다.
<알자지라>는 “이날 집회는 누가 지난 대선의 승리자인지 알 수 없게 된 혼란스런 상황에서 더 격화됐다”고 전했다. 지난 16~17일 치러진 투표가 끝난 뒤 이슬람 원리주의 단체 무슬림형제단은 자체 집계한 투표 결과를 근거로 무함마드 무르시 자유정의당 후보의 승리를 선언했다. 무르시는 “모든 이집트인들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연설했고, 대부분의 시민들이 이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였다. 그러나 19일 오후 옛 군부 세력을 대표하는 아흐마드 샤피끄 후보 쪽에서 “샤피끄 후보가 51.5%의 표를 얻어 무르시 후보를 50만표 정도 앞섰다”는 주장을 내놓으며 혼란이 확산됐다. 타흐리르 광장을 찾은 회사원 무스타파 사디드(35)는 “만약 무르시가 진다면, 유혈 투쟁이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외신들도 이집트 선관위가 21일로 예정된 공식 결과 발표 때 샤피끄의 승리를 선언한다면, 부정선거를 둘러싼 대혼란이 벌어질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최근 군이 보이고 있는 반혁명적 조처들은 군이 오랫동안 갈등을 빚어온 무슬림형제단에게 순순히 정권을 넘겨주지 않겠다는 명확한 의사표시라고 지적했다. 1928년 급진적인 이슬람주의를 내세우고 결성된 무슬림형제단은 시간이 흐르며 온건 노선으로 변신을 꾀했지만, 지난해 2월 무바라크 정권이 무너지기 전까지 군부의 탄압을 받는 불법 단체였다. 군이 갑작스럽게 의회를 해산하고 대통령의 권한을 크게 축소한 잠정헌법 수정안을 발표한 것도 무르시의 승리에 대비한 보험성 조처라는 것이다.
이집트인들은 이미 장기전에 대비하는 태세다. 첫번째 쟁점은 군이 일방적으로 해산한 의회의 성격 규정이 될 전망이다. 무슬림형제단은 이미 19일 기자회견에서 “의회의 해산은 무효”라고 선언했고, 이날 광장에 모인 시민들도 중무장한 경비원들이 출입을 엄격히 통제하고 있는 국회 앞까지 행진을 시도했다. 그 뒤로도 헌법 개정, 의회 재구성 등 민감한 현안들이 남아 있어 이집트가 안정을 찾으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그로 인한 고통을 떠안아야 하는 것은 이집트 국민들이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헌법과 선출된 의회가 없는 현재 이집트의 정치상황은 외국 채권자들의 지지를 얻지 못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오랫동안 친미 노선을 걸어온 군부를 꾸준히 지지해 온 미국의 태도도 중요한 변수다. 미국은 전날 군부에 “이른 시일 내 민간이양을 하지 않을 경우 지원을 끊겠다”고 으름장을 놨지만 실제 어떤 수위의 행동을 취할지는 불투명하다. 지난해 망설이던 미국이 무바라크 정권에 등을 돌리게 한 것은 폭력진압에도 멈추지 않는 이집트인들의 시위와 이를 지지하는 국제사회 여론의 확산이었다. 혁명의 후퇴냐, 진전이냐 이집트가 기로에 섰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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