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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보복 처형’ 동영상까지…증오 가득찬 ‘시리아 내전’

등록 2012-08-02 21:05수정 2012-08-03 15:47

지난 3월17일 시리아의 다마스쿠스 교외에서 한 반군이 불타는 타이어 옆에서 정부군 검문소를 향해 총격을 가하고 있는 모습.
지난 3월17일 시리아의 다마스쿠스 교외에서 한 반군이 불타는 타이어 옆에서 정부군 검문소를 향해 총격을 가하고 있는 모습.
시민 무차별적 살해한 책임 물어
친정부 무장세력 지도자 등 사형
국제사회 “이것도 전쟁범죄” 경악

민주화 시위→종파간 학살 양상
아사드, 2주째 은신한채 군 독려
정부군은 민간인 40여명 또 학살

분노의 함성을 지르고 있는 사람들 사이로 네 명의 남자가 끌려 나오고 있다. 그중에 다소 뚱뚱해 보이는 남자는 검은색 팬티만 입은 채 머리에 피를 흘리고 있고, 멱살을 잡힌 채 끌려 나온 또다른 남자의 하얀 상의는 온통 피투성이다.

주변을 둘러싼 젊은 남성들이 “알라후 아크바르”(신은 위대하다) 등의 구호를 외치며 위압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내자, 네 남자는 자신들의 운명을 직감한 듯 손을 머리에 올리고 벽을 향해 순순히 무릎을 꿇었다. 콩 볶는 듯한 칼라슈니코프 반자동 소총 소리가 잦아든 뒤, 다시 벽 쪽으로 다가간 카메라에 잡힌 것은 총알 세례를 받아 만신창이로 변해 버린 네 남자의 육신이었다.

영국 <가디언> 등 외신들은 2일 시리아 반군이 친정부 무장 세력인 ‘샤비하’의 일원으로 보이는 남자 네 명을 공개 처형하는 광경을 담은 동영상이 1일 유튜브 등 동영상 공유 사이트에 올라왔다고 보도했다. <비비시>(BBC) 방송은 이 동영상에 대해 “지난달 31일 촬영된 것으로 촬영 장소는 학교 운동장으로 보인다”며 “이날 처형된 이들 가운데 한 명은 제노라는 별명으로도 알려진 샤비하의 지도자인 알리 자인에딘 베리인 듯하다”고 지적했다. 베리 씨족은 정부군과 반군의 격전이 이어지고 있는 시리아 제2의 도시 알레포를 근거로 한 씨족으로 그동안 샤비하라 불리는 민병대를 구성해 무차별적인 살인을 저질러 왔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자유시리아군은(FSA)은 이 동영상이 자신들이 친정부 민병대를 상대로 집행한 보복 살인임을 인정했다. 자유시리아군의 타우히드 여단 대변인 바시르 하지는 <가디언>과의 통화에서 “이 영상은 지난달 31일 15명의 자유시리아군 병사가 알레포의 친정부파 베리 씨족에게 살해당한 데 대한 보복”이라고 말했다. 애초 베리 씨족은 이번 알레포 격전에서 중립을 지키기로 반군과 약속했지만 이를 어기고 반군을 공격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우리가 베리 씨족 가운데 20명을 죽이고, 다른 50명을 생포할 수 있었다”며 “이들을 상대로 간이재판을 열어 7명이 지난 살해 사건에 가담했다는 것을 확인하고 사형을 집행했다”고 밝혔다. 이날 군중들이 외친 구호 가운데는 “자유시리아군은 영원하다” “우리는 아사드의 머리를 짓밟을 것이다” 등도 포함돼 있었다.

끔찍한 공개 처형 장면을 확인한 인권단체들은 경악했다. 국제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는 반군의 보복 살인에 대해 “전쟁범죄”라고 밝혔고, 영국에 본부를 둔 ‘시리아 인권 관측소’도 “이런 처형은 국제법이나 이슬람법이 허용하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제 1년6개월째로 접어든 ‘시리아 내전’은 그동안 많은 이들이 우려한 대로 정부군과 반군이 서로에게 보복과 학살을 일삼는 ‘증오의 전쟁’으로 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시리아에서 바샤르 아사드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소수 알라위파(전체 인구의 12%)와 다수 수니파 사이에 대량학살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고 경고해 왔다.

해결의 실마리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 2주째 일반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지 않은 아사드 대통령은 1일 성명에서 “우리나라의 운명이 이번 알레포 전투에 달렸다”며 정부군의 분전을 독려했다. 그리고 이날 밤 다마스쿠스 남서부 지역에서 펼쳐진 대규모 군사작전으로 민간인 등 40여명이 숨지고 일부는 고문을 당하거나 즉결처형됐다고 국외의 시리아 활동가들은 밝혔다. 증오는 증폭되고 있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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