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여년만에 이집트와 정상급 회동
‘시리아 국제회의’에 주변국 유도
서구 경제제재 겹쳐 대내외 위기
‘시아파 라인’ 붕괴될까 전전긍긍
‘시리아 국제회의’에 주변국 유도
서구 경제제재 겹쳐 대내외 위기
‘시아파 라인’ 붕괴될까 전전긍긍
궁지에 몰린 이란의 유화책은 성공할 수 있을까?
지난 8일 하미드 바카이 이란 부통령이 이집트를 전격 방문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중동권 전체가 크게 술렁였다. 이번 방문의 공식 목적은 26~31일 이란 테헤란에서 열리는 비동맹노선 회의에 무함마드 무르시 이집트 대통령을 초청하는 것이었지만, 핵개발 의혹을 둘러싸고 이란과 첨예하게 대립중인 이스라엘은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었다. 이스라엘 일간 <하레츠>가 지적했듯, 1979년 이집트가 이스라엘과 평화협정을 맺으며 양국의 국교가 단절된 뒤 30여년 만에 이뤄진 두 나라 정상급 대표의 만남이었기 때문이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도 “이집트 정부가 구체적인 논의 내용을 밝히진 않았지만 이날 만남 자체가 매우 상징적인 일”이라고 논평했다.
다음날인 9일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는 시리아 사태에 대한 해법을 논하기 위한 ‘시리아 국제회의’가 열렸다. 이날 모임 역시 이란 정부가 주변국들을 적극적으로 끌어모아 구성한 것이다. 시아파 국가인 이란은 지난 수십년 동안 같은 시아파의 분파인 알라위파가 집권하고 있는 시리아와 끈끈한 유대 관계를 이어왔다. 그 때문에 이란은 바샤르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미국이나 수니파 아랍 국가들에 대해 “시리아의 혼란을 조장하고 있다”며 맹렬히 비난해왔다.
그 때문에 외신들의 관심은 토의 내용보다는 어떤 나라가 참석하는지에 쏠려 있는 분위기다. <아에프페>(AFP) 통신은 “이란의 국영 텔레비전이 약 30개 나라 대표들이 참석한 화면을 비추는 가운데 알리 악바르 살레히 이란 외무장관이 개회를 선언했다”며 “러시아,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 이라크 대표 등이 참석한 듯하다”고 보도했다. 그밖에 이란 외무장관은 7일 자유시리아군(FSA)에 붙잡혀 있는 이란인 48명의 구출 작업을 도와달라며 평소 껄끄러운 관계를 이어온 터키를 방문하는 행보를 보였다. 지난달까지 페르시아만 봉쇄를 운운하며 기세등등한 모습을 보였던 것을 떠올려보면 상전벽해의 모습이다.
미국의 민간 전략정보분석기업인 ‘스트랫포’는 지난 3일 보고서에서 현재 이란은 이라크와 벌인 8년 전쟁(1980~1988) 이후 최악의 지정학적 위기에 놓여 있다고 지적했다. 아사드 정권이 무너지면 이란이 지난 30년 동안 쌓아온 이란-시리아-레바논의 헤즈볼라로 이어지는 시아파 라인의 붕괴를 피할 수 없다. 그렇게 되면 이스라엘은 한층 더 편한 마음으로 이란 핵시설을 공격할 수 있게 된다. 국내적으로도 지난달 시작된 서구의 경제제재로 사료값이 폭등해 시민들의 주식 가운데 하나인 닭고기값이 1년 전보다 세배나 올랐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항의 시위가 잇따르자 이란의 경찰 당국이 방송사에 닭고기가 들어간 식사 장면을 보도하지 말 것을 요청하는 일도 있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이런 외교적 노력이 성공할지는 미지수다. 얼마 전 유엔의 시리아 특사직을 사임한 코피 아난 전 유엔 사무총장은 물론 레바논, 브라질 등 회의 참석을 거부한 국가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도 “미국으로부터 1년에 13억달러의 군사원조를 받는 수니파 국가 이집트가 단기간 내에 이란과의 관계를 개선할 확률은 낮다”고 지적했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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