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핵무기용 실험의혹’ 사진 공개
원심분리기 추가설치 의혹도 제기
이란은 IAEA 상시 조사 요구 거부
원심분리기 추가설치 의혹도 제기
이란은 IAEA 상시 조사 요구 거부
이달 말 비동맹회의(NAM)가 열리는 이란에서 핵 개발 의혹의 심증을 굳히는 악재들이 쏟아져 나와, 회의를 앞두고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24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이란 당국과 핵 사찰 방식을 놓고 8시간에 걸친 마라톤 회의를 진행했지만 결국 합의점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헤르만 넥케르츠 국제원자력기구 사무차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양자 사이에 중대한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다”며 “현재로서는 추가 협상을 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핵심 쟁점은 이번에도 이란이 핵무기용 고성능 폭약실험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진 테헤란 교외의 파르친 기지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엔에이치케이>(NHK)는 “국제원자력기구는 파르친 기지를 언제든 방문 조사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했지만, 이란은 한 차례 조사만 허용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고 전했다. 국제원자력기구는 그동안 이란이 이 곳에서 핵 물질의 흔적을 지우는 작업을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시급히 사찰을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고성능 폭탄을 이용해 핵물질이 ‘핵분열 연쇄반응’을 일으키도록 하는 ‘기폭 장치’는 핵 무기 개발에서도 가장 어려운 핵심 기술로 꼽힌다.
이와 관련해 미국의 싱크탱크인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는 지난 15일 이란이 파르친 기지의 핵 물질을 제거하는 작업을 시작했음을 보여주는 위성사진을 공개해 이목을 끌었다. 연구소가 24일 공개한 위성사진을 보면, 지난달 25일까지만해도 깨끗했던 파르친 기지 내 몇몇 건물 위에 분홍색 천이 펼쳐져 있는 게 확인된다. 연구소는 이를 근거로 현재 이란이 위성사진의 감시를 피하기 위해 건물 옥상에 천을 덮어 놓고 건물을 부수고 흙을 바꾸는 등의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도 같은 날 이란이 지난 몇달 동안 북부 도시 콤 부근에 수백대의 원심분리기를 새로 설치했다는 의혹이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새로운 원심분리기는 군사 전용이 가능한 20% 농도의 우라늄을 만들기 위한 것으로 대부분은 이스라엘의 공습을 견뎌낼 수 있는 콤 부근의 지하 군사시설에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그러나 “이 시설이 아직 가동하고 있진 않으며 군사적인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라 확언하긴 이르다”고 밝혔다.
이란 핵개발 의혹과 관련된 구체적인 의혹들이 하나둘씩 떠오르면서, 이란의 지연 전술에 말려들어서는 안된다는 강경론자들의 지적이 설득력을 얻을 전망이다. 밋 롬니 미 공화당 대선 후보는 지난달 이스라엘을 방문한 자리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이란과 협상을 하느라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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