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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저격수와 간호사, 포화 속 꽃피운 사랑

등록 2012-09-03 21:12수정 2012-09-04 13:40

시리아 반군 아부 칼레드(20)가 부인인 간호사 하난
시리아 반군 아부 칼레드(20)가 부인인 간호사 하난
부상당한 반군 저격수
치료해준 간호사와 결혼
시리아 반군 아부 칼레드(20)가 세살 연상의 간호사 하난을 만난 것은 정부군과 반군 사이의 치열한 격전이 벌어지고 있는 시리아 북부의 도시 알레포였다. 반군의 저격수로 전쟁에 참여한 칼레드는 격전중에 정부군이 쏜 총에 다리를 맞았다. 알레포의 한 학교에 마련된 응급처치소로 이동한 그를 맞이한 것은 천사 같은 얼굴을 한 간호사 하난이었다. 칼레드는 2일 <아에프페>(AFP)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그녀를 처음 만났을 때 첫눈에 반하고 말았다”고 말했다. 하난은 상처 입은 칼레드의 상처를 매일 소독해줬고, 그 과정에서 둘 사이엔 미묘한 감정이 싹트기 시작했다.

두 젊은이의 관계를 급격히 발전시킨 것은 다시 한번 전쟁의 비극이었다. 벌써 1년 반째 지속되고 있는 시리아 내전의 틈바구니 속에서 하난의 남자 형제가 희생됐기 때문이다. 하난은 주머니가 많이 달린 군용 상의를 입은 칼레드의 옆에 앉아 “그 이후 우리 관계가 더 강해지게 됐다”며 “칼레드는 혁명적인 저격수”라고 말했다. 그리고 둘은 결혼을 결심하기에 이른다.

반군이 장악하고 있는 알레포의 사이프 알다울라 지역에서 열린 이날 결혼식에서 신랑과 신부는 시리아의 결혼 관습에 따라 큰 의자에 앉았다. 그들의 뒤로는 대형 혁명 깃발이 벽에 펼쳐져 있고, 시리아 탈영병들이 모여 만든 자유시리아군(FSA) 지휘관 등이 나와 축사를 했다. 참석자들은 초콜릿 케이크를 자르면서 “우리는 삶을 사랑한다. 그리고 아직 여기에 있다”고 외쳤다. 신랑과 신부는 휘날리는 색종이 조각 아래서 반지를 교환했다.

하객들은 신랑과 신부를 둘러싸고 “우리가 원하는 것은 자유”라고 소리쳤다. 러시아제 칼라슈니코프 소총을 든 신랑의 들러리 가운데 하나가 다시 한번 “누구도 삶을 멈출 순 없다, 사람을 멈출 순 없다, 신과 함께하는 이를 막을 순 없다”고 외쳤다.

알레포를 탈환하려는 정부군의 포격은 이날도 계속돼 결혼식장에서 몇 블록 떨어진 곳에서는 까만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영국에 본부를 둔 시리아 인권관측소는 이날 8월 한달 동안 시리아에서 민간인 4114명을 포함해 5440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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