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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반미시위에 드리운
이슬람 근본주의 ‘살라피즘’

등록 2012-09-17 18:50수정 2012-09-17 22:17

정교분리…걸프전 뒤 일부 과격화
지난 11일 이집트 카이로의 미국 대사관 앞으로 이슬람 선지자 무함마드를 모욕하는 동영상을 보고 흥분한 군중들이 모여들었다. 이들은 대사관을 습격해 미국 국기인 성조기를 끌어내린 뒤 그 자리에 검은 깃발 하나를 올렸다. 미국의 외교 전문지 <포린폴리시>는 지난 14일치 누리집 기사에서 “그 깃발은 한때 알카에다에 의해 쓰이기도 했던 것”이라며 이번 시위의 배경에 극단적인 무슬림 근본주의 조직이 자리하고 있음을 암시했다.

<포린폴리시>가 지목한 이들은 지난 ‘아랍의 봄’ 이후 급격히 세력을 확장하고 있는 수니파 근본주의 조직인 살라피주의자들이었다. 이들은 지난해 치러진 이집트 하원선거에서 전체 의석의 25%를 확보했고, 혁명이 처음 시작된 튀니지에서도 개혁전선당이라는 별도의 정당을 결성해 활동 영역을 넓혀가는 중이다.

살라피주의는 아랍어로 조상을 뜻하는 ‘살라프’에서 유래한 말로 선지자 무함마드가 살던 서기 7세기의 관습과 전통을 현대에 재현하자는 종교 운동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이들의 모태는 사우디아라비아의 국교인 와하비즘으로, 그 영향을 받은 살라피주의자들도 한동안 정교분리 원칙에 따라 정치에는 간섭하지 않는 전통을 지켜왔다. 그러나 1991년 걸프전쟁 이후 친미적인 사우디 정부의 태도에 불만을 느낀 일부 세력이 알카에다와 연계돼 과격화됐고, 그 영향으로 쿠웨이트 등 일부 국가를 시작으로 현실 정치에 참여하는 움직임이 시작됐다. 그러나 이들이 중동의 본격적인 정치 무대에 등장하게 된 것은 무바라크 정권이 퇴진한 지난해 3월 이후다.

이들의 극단주의는 아랍의 봄 이후 중동의 민주화를 바라는 이들의 우려를 깊게 하고 있다. 미국 언론인 로빈 라이트는 최근 <뉴욕 타임스> 기고문에서 “살라피주의자들이 한때 지하드 무장세력이 점하고 있던 정치 공간을 메우고 있다”며 “이들은 무슬림 중에서도 소수자들이나 여성의 권리에 대해 가장 보수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살라피주의자들은 이슬람 전통에 어긋난다며 오래된 문화유산인 수피 사원을 습격하거나, 술을 파는 상점을 파괴하고, 올림픽에 출전한 여자 선수들을 모욕하는 퇴행적인 모습을 보여왔다.

미국의 민간 전략정보분석기업인 <스트랫포>는 이번 시위가 시작되는 데 살라피주의자들이 한 역할을 좀더 구체적으로 지적했다. 문제가 된 동영상 <무슬림의 무지>가 처음 공개된 것은 지난 6월1일로 대부분의 이집트인들이 그런 동영상이 있다는 사실도 몰랐다. 그러다 살라피주의자인 이집트 언론인 셰이크 칼리드 압둘라가 지난 8일 두 시간에 걸쳐 이를 소개한 뒤 문제가 커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또다른 이집트 언론인 무스타파 살라마는 “살라피주의 안에서도 매우 다양한 사상과 담론이 있다”며 “이슬람의 전통을 회복한다는 게 꼭 민주주의나 자유와 배치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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