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내전-쿠르드족 군사행동 우려
미국 등 주변국도 전면전 원치않아
미국 등 주변국도 전면전 원치않아
지난 3일 시리아군의 포격으로 터키인 다섯명이 목숨을 잃는 참사 이후 터키와 시리아가 닷새째 포격을 주고받았다.
<에이피>(AP) 통신은 7일 현지 특파원의 직접 목격담을 근거로 시리아에서 날아온 포탄이 터키 국경을 200m 정도 넘어 국경도시 악차칼레의 한 공공건물의 마당 근처에 떨어졌다고 보도했다. 악차칼레는 지난 3일 시리아군의 포격으로 엄마와 아이 셋을 포함한 터키인 다섯 명이 숨진 곳이다. 통신은 이번 포격으로 사상자가 발생하진 않았지만 터키 쪽에서 시리아를 겨냥해 여덟발 정도의 보복 폭격을 감행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고 전했다. 지난 6일 아흐메드 다부토울루 터키 외무장관은 “터키는 우리 영토에 떨어지는 시리아의 잘못된 포격에 단호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두 나라 간의 연이은 포격이 전면적 무력 충돌로 번질 가능성은 낮다는 게 대체적 분석이다. 미국 <시엔엔>(CNN)은 그 이유로 “두 당사국들은 물론 주변국들도 모두 더이상 긴장이 고조되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반군과의 오랜 내전으로 곤경에 처한 시리아는 중동 최고의 군사력을 자랑하는 터키와 맞설 여력이 없다. 터키는 전쟁이 터지면 무장 독립운동 단체인 쿠르드노동자당(PKK)이 그 틈을 타 군사 행동에 나설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그밖에 시리아가 대량으로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 화학무기 등도 걱정거리다. 그 때문에 국내 반발 여론을 무마하는 수준에서 소극적인 보복 폭격을 이어가는 분위기다.
한편으로 시리아 사태는 핵 개발 의혹을 받고 있는 시아파 대국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 등 수니파 주류 국가들 사이의 대리전 성격을 띄고 있다. 또 미국과 중국, 러시아 간의 힘의 균형을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 때문에 둘 사이의 전쟁이 터지면 미군 철수 이후 치안 불안에 시달리고 있는 이라크와 각 종교·종파 사이의 아슬아슬한 균형 위에 서 있는 레바논 등 중동권 전체가 전화에 휩쓸릴 수 있다. <시엔엔>은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등이 시리아와 터키의 전면전을 원치 않고 있다”며 “이들의 후원 없이 터키 혼자 독자적인 군사 행동에 나서지는 못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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