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소련서 제조…100여국은 금지협약
시리아 정부군이 많은 나라에서 국제법적으로 사용이 금지된 집속탄을 사용했다고 국제인권단체가 폭로했다.
영국 <가디언> 등 외신들은 국제인권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가 13일 시리아 정부군이 반군과 격전을 벌이고 있는 알레포, 이들리브, 라타키아 등 북부 도시와 중부의 홈스, 수도인 다마스쿠스 외곽 지역 등에서 집속탄으로 보이는 폭탄을 투하하는 장면을 공개했다고 15일 보도했다. 이 동영상을 보면 하나의 폭탄에서 다수의 소형 폭탄이 흩어져 터지면서 광범위한 지역을 초토화시키는 것이 확인된다. 집속탄이 터질 때의 모습과 같다. 휴먼라이츠워치는 “지난 며칠 동안 정부군이 옛 소련 시절에 제조된 집속탄을 사용했지만, 이것들이 언제 시리아로 옮겨졌는지는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집속탄은 타격 범위가 광범위한데다, 한두발이 불발됐다가 나중에 터지는 일이 많아 민간인들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주는 무기로 꼽힌다. 이런 이유로 2008년 12월 세계 100여개국이 서명(비준국은 30여개국)한 ‘집속탄 금지 협약’이 체결됐다. 그러나 시리아는 물론 미국, 중국, 러시아, 한국 등은 이 조약에 서명하지 않고 있다.
한편 코피 아난 전 유엔(UN) 사무총장에 이어 시리아 사태에 대한 유엔과 아랍연맹(AL)의 공동 특사로 활동하고 있는 라크다르 브라히미 전 알제리 외무장관이 14일 시리아의 최대 동맹국인 이란을 방문해 시리아 사태 해결을 위해 협조를 당부했다. 일본 <엔에이치케이>(NHK) 방송은 시리아 최대 반정부 조직인 ‘시리아 국민평의회’ 전 의장 부르한 갈리운과 진행한 인터뷰를 통해, 브라히미 특사가 시리아의 유혈 사태를 막기 위해 최소 3000명 규모의 유엔 평화유지군을 시리아에 파견하는 내용을 놓고 이란 등 주변국들의 협조를 구한 뒤 이번주께 바샤르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과 회담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지난 코피 아난 특사 때는 300명 규모의 비무장 정전감시단이 활동했지만, 인원이 적은데다 무장도 하지 않아 양쪽의 무력 충돌을 막진 못했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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