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앞서 야당에 불리하게 법 바꿔
의회 권력을 장악하기 위한 쿠웨이트 국왕과 야당 사이의 힘겨루기가 결국 대규모 폭력 사태로 변했다.
프랑스 <아에프페>(AFP) 통신은 21일 사바 알아흐마드 알사바 쿠웨이트 국왕의 선거법 개정 방침에 분노한 수만명의 시민들이 경찰과 충돌해 시위대 100여명이 다치고 수십명이 연행됐다고 보도했다. ‘국가의 존엄’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날 시위는 애초 국왕, 황태자, 총리의 관저 등이 몰린 사이프궁 근처에서 열릴 계획이었지만, 쿠웨이트 경찰이 이를 막아 근처에 자리한 아라비아만 도로 주변에서 3시간여에 걸쳐 진행됐다. 방독면을 쓴 경찰이 시민들에게 최루탄과 고무총을 쓰며 강경진압에 나서 시민들의 피해가 더 커졌다. 이날 집회에 참가한 시민 무함마드 라시드는 진압 상황에 대해 “마치 전쟁터 같았다”고 말했다.
이날 시위는 지난 19일 국왕이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선거법을 바꿔 오는 12월1일 총선을 치르겠다고 선언한 것이 계기였다. 쿠웨이트에서는 지난 2월 치러진 총선에서 정부의 무능과 부패를 추궁한 야당 세력이 전체 50개 의석 가운데 34개를 획득하는 승리를 거뒀지만, 헌법재판소는 선거절차에 법적인 문제가 있었다는 점을 들어 선거를 무효화했다. 야당 세력은 “국왕이 거수기 국회를 만들려 한다”며 차기 총선에 불참을 선언하고 선거법 개정안을 철회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주최 쪽은 이날 집회에 쿠웨이트 역사상 가장 많은 10만명이 넘는 시민이 모였다며 ‘시민들의 승리’를 선언했다. 그러나 일부에선 이날 참가자를 3만명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쿠웨이트는 형식적으로는 입헌군주제의 모양새를 갖추고 있지만, 국왕이 황태자 중에서 총리를 임명하고 의회 해산권을 포함해 입법과 사법까지 강력한 권한을 행사하는 봉건적 절대왕정에 가깝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이슬람주의에 기초한 야권의 세력이 강해지며 지난 6년 동안 네번이나 의회가 해산되는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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